‘뭉쳐야 산다’ EU, 코로나 백신 개발 위해 공동 펀드 조성

입력 2020-05-04 00:28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EU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한 뒤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 공조에 앞장선다. 유럽 각국 정부와 국제 자선단체, 전문가들이 기금 마련에 동참해 ‘모두에 의해 만들어진, 모두를 위한 백신’을 개발하자는 것이 골자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일(현지시간) EU 지도자들이 75억 유로(약 11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키로 합의하고 3일 화상회의를 통해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EC)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영국 인디펜던트에 공동 기고문을 내고 “코로나19는 세계적 위기이며 전 세계의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연구와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공급을 위한 글로벌 협력 플랫폼을 이미 만들었다”면서 “진정한 국제 동맹을 통해 바이러스와 싸우기로 결정했으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가운데 누구도 코로나19에 홀로 대항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연결된 세계에서 모두가 안전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실제로 안전할 수 없고,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두에 의해 만들어진 백신이 모두를 위해 공급된다면 이는 21세기의 유일한 전 세계적 공공재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파트너들과 함께 모두에게 효과가 있으며, 접근할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의료시스템이 취약한 아프리카 지역 등 개발도상국가에서도 사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영국 웰컴트러스트 등 세계 복지·의료재단 및 전문가들은 공동 기금 마련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기금은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글로벌펀드 등 보건기구들이 운영하게 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이 같은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편향성을 주장하며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가속화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WHO의 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지원금 중단 결정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인디펜던트는 “EU 지도자들은 세계 복지·의료재단 및 전문가들과 협조할 계획을 공개하면서 WHO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에 이어 WHO에 두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내는 빌앤드멀린다 재단의 멀린다 게이츠 공동의장은 이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 재단은 유럽이 국제사회의 주요 인사(단체)들을 불러모아 가장 부유한 나라가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막는 열쇠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WHO에 자금 지원을 중단한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