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英총리, 코로나 투병 당시 사망 발표까지 준비 “완치 감사” 아들에 의사 이름 붙여

입력 2020-05-04 04:05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약혼녀 캐리 시먼즈 여사가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영연방의 날 기념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 도착하고 있다. 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완치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태어난 자신의 아들에게 의료진의 이름을 붙여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와 그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 여사는 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들 이름을 ‘윌프레드 로리 니컬러스’로 지었다고 밝혔다.

시먼즈 여사는 아들의 사진과 함께 출산 소식을 전하며 ‘윌프레드’와 ‘로리’는 각각 존슨 총리와 자신의 할아버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니컬러스’는 존슨 총리가 코로나19로 투병할 당시 그를 치료해준 의료진인 닉 프라이스(Nick Price)와 닉 하트(Nick Hart)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전했다. ‘닉’은 니컬러스의 애칭으로 사용되는 이름이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증세가 악화돼 세인트토머스병원 중환자실에 3일간 입원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영국 일간지 ‘더 선’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의료진은 나를 살리기 위해 산소를 몇 리터씩이나 투입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 몸에 선으로 연결된 모니터에는 연신 부정적인 신호가 표시됐다”며 “힘든 시기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대체 어떡하면 좋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또 “내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의사들은 수많은 비상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존슨 총리가 입원한 뒤 그의 사망 소식을 발표할 준비까지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진료 덕분”이라며 거듭 의료진에게 감사했다.

존슨 총리를 치료한 두 의료진은 총리와 시먼스 여사에게 득남 축하 인사를 보내며 화답했다. 그들은 성명을 내고 “우리의 노고를 이렇게 알아줘서 매우 기쁘다”며 “이 영광을 코로나19 환자를 함께 돌보는 수많은 동료 의료진에게 돌리고 싶다. 존슨 총리와 그의 새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 코로나19 감염을 경험한 존슨 총리는 집무에 복귀한 이후 팬데믹 사태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봉쇄 조치에 피해를 입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7600만 파운드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의료기관인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중심으로 수천명 대상 혈장치료 임상시험도 추진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