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라도 고!’ 동학개미들 아슬아슬한 묻지마 투자

입력 2020-05-04 00:41

최근 ‘개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가 여러 측면에서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 ‘빚내 주식 투자’는 점차 늘고 있고,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은 전례 없이 과열된 모습이다.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도 대량 매수했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야기한 변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8조9813억원으로 9조원에 육박한다. 신용융자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다. 지난달 16일 8조원을 돌파한 이후 8거래일 만에 1조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주가가 회복하자 추후 반등세를 예측하고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시장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V자 반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 선물 연계 ETN에도 개인들의 ‘투기 수요’가 끼어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123억원가량으로, 시장 개설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마이너스대까지 급락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선물 연계 ETN에 투자자들이 몰린 영향이 컸다.

문제는 ETN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괴리율(시장가격과 지표가치의 차이)이 치솟는 등 가격 왜곡 현상이 생긴다는 점이다. 원유 ETN 투자 관련 수차례 주의를 당부했던 금융 당국은 결국 괴리율이 30%를 넘는 일부 종목에 대해 오는 5일까지 거래를 중지하기로 했다.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에 투자한 직장인 이모(30)씨는 “거래 중지로 팔지도 못해 눈 뜨고 코 베이게 생겼다”며 “생각보다 위험도가 큰 투자 상품이었는데, 개미들의 진입을 너무 쉽게 해놓은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인버스 ETF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코덱스(KODEX) 200선물인버스 2X의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은 1조124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량주인 삼성전자 순매수액(4367억원)의 2.5배에 달한다. 이 종목은 코스피 선물지수 하락에 2배 수익을 추종하는 만큼 일반 상품보다 손실 위험도 크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버스 등 ‘단타’ 목적으로 과잉매매를 하거나 소수 종목에만 집중투자하는 패턴은 개인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