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열린다, ‘지각 개막’ 기쁨 속 뜨거운 출정가

입력 2020-05-04 04:05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주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더 K호텔에 마련된 2020시즌 화상 미디어데이 스튜디오 전광판 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억제한 의료진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 동작을 취하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야구에서 진행된 화상 미디어데이는 3일 스포츠채널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방송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제공

“올해 목표도 우승입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최선을 다하면 겨울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 시즌 챔피언부터 최하위까지 제각각 다른 목표를 제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고 개막하는 2020시즌 정규리그를 한목소리로 반겼다. 사상 처음으로 화상 회의 형태로 진행돼 3일 각 스포츠채널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방송된 프로야구 미디어데이를 통해서다. 10개 구단 감독의 표정은 다소 차분했지만, 올 시즌의 각오를 밝힌 순간만은 비장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올해 개막이 늦었지만 목표를 우승으로 삼고 있다. 팬들에게 즐거운 경기를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날에 SK 와이번스의 선두를 빼앗아 우승했다. 최종 전적 88승1무55패로 SK와 같았지만 상대 전적에서 9승7패로 앞섰다. 그렇게 직행한 한국시리즈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4전 전승으로 스윕하고 우승했다. 올해에도 두산은 유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된다.

앞선 미디어데이 때마다 빗발쳤던 취재진의 질문은 올해 미리 수집돼 6명으로 최소화된 진행자를 통해 전달됐다. 김 감독은 올해의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시즌을 앞두고 말하기란 어렵다”면서도 “지난 시즌 상위 팀들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정규리그에서 마지막까지 우승을 경쟁한 SK,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한 키움 등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SK의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의 뼈아픈 우승 불발을 의식한 듯 김 감독보다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는 성적, 두 번째는 팀의 미래 생각하는 육성”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야구장을 많이 찾아와 응원해 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2011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처음 부임해 지금은 현역 최장수 사령탑이 된 LG 트윈스의 류중일 감독은 모자에 ‘코로나19 OUT(아웃)’을 적어 미디어데이에 임하는 노련함을 발휘했다. 류 감독은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유일하게 3할대 승률(0.340)을 기록하고 최하위(10위)로 처졌던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허문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허 감독은 “경기마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겨울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1달 이상을 지연한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사상 처음으로 겨울 목전인 11월 말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허 감독은 10개 구단 감독 중 유일하게 ‘겨울 야구’로 우승 의지를 에둘렀다.

삼성 구단의 전력분석가 출신으로 올 시즌에 지도자로 데뷔하는 허삼영 감독은 “팀의 장점을 살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자존심을 기필코 회복하겠다”며 ‘왕조’ 시절의 위상을 되찾을 의지를 드러냈다.

미디어데이는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더 K호텔에 마련된 KBS N스포츠 특설 스튜디오에서 녹화된 뒤 하루를 지연하고 100여분 분량으로 방송됐다. 코로나19 유행에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방식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생중계의 누적 시청자 수는 방송 종료 시점에 약 12만명으로 집계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