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3일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했다. 다행히 GP 외벽에서 4발의 탄흔만 발견됐을 뿐 다른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명백한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다. 더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직후 위반한 것이어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9·19 군사합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군사합의 체결 이후 GP에서 총격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혹시라도 김 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된 이후 도발을 시작하는 신호탄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군은 10여발씩 2회에 걸쳐 경고사격을 한 뒤 사격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북이 도발을 하면 일선 지휘관 판단에 따라 자위권을 발동하게 한 교전수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고사격을 넘어 강도 높은 위협사격이나 격파사격을 하지 않은 군의 판단은 옳다. 우발적인 총격전이 군사 충돌로 확대되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총격이 군사합의 위반이라면서도 의도적인 도발 가능성은 낮다는 군의 발표는 적절하지 않다. 군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통문을 보내 총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측의 답신을 받기도 전에 예단을 한 인상을 준다. 군이 군사적 긴장을 높여서는 안 되지만 북의 도발을 애써 이해하려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도 안 된다.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 조준사격이 어렵다든지, 북한군의 총기 점검 시간이라든지, 아군 GP가 북한군 GP보다 지형적으로 높은 곳에 있다든지, 유효사거리 밖에서 발사됐다든지 하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군에서 나오고 있다. 의도적 도발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북측 답신을 받은 뒤 의도성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군의 설명대로 북한군의 이번 총격이 의도적 도발이 아닌 오발로 밝혀지기를 바란다. 북한은 도발을 통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군은 이번 총격 사건을 계기로 긴장감을 갖고 경계 태세를 강화하기 바란다.
[사설] 북한군 DMZ 총격, 도발 신호탄 아니길
입력 2020-05-0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