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원산행?… 김정은 잠행 기간 행적 수수께끼

입력 2020-05-04 04:05
지난 2일 북한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시민들이 TV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거의 3주간에 걸친 잠적으로 건강이상설에 휩싸여온 김 위원장은 1일 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국내외에 건재를 알렸다.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를 둘러싼 건강이상설은 마침표를 찍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이후 3주 동안 모습을 감췄던 그의 잠행에 대한 수수께끼는 여전히 남는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로이터통신에 김 위원장이 사라졌던 퍼즐의 조각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깜짝 복귀에 대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오랜 공백 뒤에 나타나는 복귀의 기술”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복귀는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에 의존하지 않고도 전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되겠다는 전략”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3주 동안 보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행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미 정부 당국자들은 4월 중순 김 위원장이 가까이에 있는 부하들이 발열 증세를 겪는 것을 알게 된 뒤 전용 별장이 있는 원산에 피신해 있었던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정권은 반복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경고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또 북한이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중국과의 국경에 있는 북한 주민 수십 명을 격리시켰다는 한·미 정부 당국자들의 얘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발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북한 당국으로선 코로나19를 피해 원산에 머무는 것을 공개할 수 없어 김 위원장이 자취를 감추는 방법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WP의 이번 보도는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김 위원장 전용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지난달 21일과 25, 29일 원산의 한 기차역에 정차해 있는 장면이 상업용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세계의 관심이 쏠린 재등장의 무대로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을 택한 배경에 대해서도 추측이 분분하다. 일단 김 위원장이 북한의 식량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비료공장을 방문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비료공장에서 전 세계에 핵 위협을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비료공장 방문은 식량과 핵무기라는 이중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들버리국제연구소의 마거릿 크로이 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순천인비료공장은 비료 생산과 함께 우라늄 추출 작업도 벌일 수 있어 북한이 핵 활동을 숨기는 데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 비료공장이 우라늄 추출과 연관이 있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것과 같은 공장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비료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며 “우라늄도 사진 속에 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론적으로는 이 비료공장을 옐로케이크(우라늄 농축 원료) 생산에 활용할 수 있지만 북한은 그(옐로케이크)보다 더 고급인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데 굳이 왜 그러겠느냐”고 반박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