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를 둘러싼 건강이상설은 마침표를 찍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이후 3주 동안 모습을 감췄던 그의 잠행에 대한 수수께끼는 여전히 남는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로이터통신에 김 위원장이 사라졌던 퍼즐의 조각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깜짝 복귀에 대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오랜 공백 뒤에 나타나는 복귀의 기술”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복귀는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에 의존하지 않고도 전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되겠다는 전략”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3주 동안 보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행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미 정부 당국자들은 4월 중순 김 위원장이 가까이에 있는 부하들이 발열 증세를 겪는 것을 알게 된 뒤 전용 별장이 있는 원산에 피신해 있었던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정권은 반복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경고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또 북한이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중국과의 국경에 있는 북한 주민 수십 명을 격리시켰다는 한·미 정부 당국자들의 얘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발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북한 당국으로선 코로나19를 피해 원산에 머무는 것을 공개할 수 없어 김 위원장이 자취를 감추는 방법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WP의 이번 보도는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김 위원장 전용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지난달 21일과 25, 29일 원산의 한 기차역에 정차해 있는 장면이 상업용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세계의 관심이 쏠린 재등장의 무대로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을 택한 배경에 대해서도 추측이 분분하다. 일단 김 위원장이 북한의 식량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비료공장을 방문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비료공장에서 전 세계에 핵 위협을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비료공장 방문은 식량과 핵무기라는 이중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들버리국제연구소의 마거릿 크로이 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순천인비료공장은 비료 생산과 함께 우라늄 추출 작업도 벌일 수 있어 북한이 핵 활동을 숨기는 데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 비료공장이 우라늄 추출과 연관이 있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것과 같은 공장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비료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며 “우라늄도 사진 속에 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론적으로는 이 비료공장을 옐로케이크(우라늄 농축 원료) 생산에 활용할 수 있지만 북한은 그(옐로케이크)보다 더 고급인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데 굳이 왜 그러겠느냐”고 반박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