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일간 잠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서 사망설까지 가짜뉴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대한민국은 적잖은 혼란에 빠졌다. 김 위원장이 2012년 공식 집권 이후 매년 해왔던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 기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지난달 20일 북한 전문 매체가 ‘김 위원장 심혈관 시술’을 보도한 뒤 미국의 보도채널인 CNN이 ‘김 위원장 위중설’을 보도하면서 소문은 급속도로 날개를 달았다. 김 위원장 관련 뉴스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블룸버그통신, NBC방송 등 유력 매체들이 비슷한 건강이상설을 쏟아내자 우리 정부는 ‘특이동향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심지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관련 정보를 종합, ‘특이동향 없음’이라는 권위 있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가짜뉴스의 확산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가짜뉴스에 불을 지핀 결정적인 역할은 꽃제비(북한에서 집 없이 떠돌면서 구걸하거나 도둑질하는 유랑자) 출신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까지 지낸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은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에 대해 상당한 정보력을 가진 것처럼 행세해왔기에 대중을 오도하기에 충분했다. 지 당선인은 지난달 21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다시 복귀하기 어려우며 현재는 섭정 체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 면서 사망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앞서 태 당선인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나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단언했다.
국민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한 이들은 국회의원 당선인이라는 공인이다. 더 큰 문제는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혼란을 부추긴 데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건강이상설을 이어가며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3일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대북 소식통 등을 인용한 ‘김정은 위중설’ 확산으로 사회적 혼란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이 김 위원장 복귀 이후에도 건강이상설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탈북민 신분을 넘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됐다. 국민 세금으로 받는 연봉만 1억5000만원이 넘는다. 그런 이들이 과연 국민을 대리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더이상 사회 혼란과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은 자중하길 바란다.
[사설]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은 사과하고 자중하라
입력 2020-05-0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