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9만여명 제주로… 전국 ‘보복 나들이’ 인파

입력 2020-05-02 04:01
‘황금연휴’ 이틀째인 1일 제주시 한림읍 협재 해변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연휴 이틀째인 1일 전국이 나들이 인파로 북적였다. 관광지마다 사람들로 가득했고, 고속도로는 도시를 벗어나는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공항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도심의 공원 극장 카페 놀이시설에도 인파가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수그러들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자 짓눌렸던 외출·여행 욕구를 보상 받으려는 이른바 ‘보복 나들이’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뤄둔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 소비’ 현상보다 먼저 나들이 욕구가 분출한 것이다.

제주도는 “연휴 기간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23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휴 첫날인 지난 30일 제주 방문객은 4만6940명(내국인 4만6759명, 외국인 181명)이었고, 1일도 5만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날보다 5.6%, 내국인만으로는 17.7%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여파로 실내 시설보다 올레길 등 야외 관광지가 특히 북적였다.

강원도 동해안 해수욕장들도 초여름 같은 날씨에 행락객이 몰려들었다.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거나 해변 카페를 찾아 그간 쌓인 답답함을 달래는 이들이 많았다. 강릉과 속초 지역 숙박업소 예약률은 90% 후반까지 치솟았다. 강원도는 연휴 기간에 모두 20만명이 동해안 일대를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다. 서해안 해수욕장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종시의 주부 이모(36)씨는 “두 아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안 가니 집에 갇혀 지내다시피 했다. 아이들도 저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어제는 대둔산, 오늘은 대천해수욕장에 가려고 나왔다. 내일도 행선지를 정해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1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나들이객 앞으로 모터보트가 하얀 물줄기를 뿜어내며 시원스럽게 바다 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날 전국 유명 해수욕장에는 나들이 인파가 몰렸으며 고속도로는 정체를 빚었다. 연합뉴스

고속도로는 늘어난 차량으로 몸살을 빚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연휴 중 하루 평균 452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집계는 460만대였다. 1일도 비슷했고 2일에 가장 많은 500만대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열차보다 자가용이 코로나에 안전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 더 붐비는 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29일 저녁시간대에 출발한 경부·호남·전라선 하행선이 대부분 매진됐다. 30일 오전의 경부·호남·전라·강릉선 일부 하행선도 매진됐고, 3일 오후 호남·전라선 상행선 탑승권이 다 팔린 상태다. 영화관을 찾는 인원도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30일 입장객은 10만6912명이었다. 3월 14일 이후 47일 만에 하루 관객 1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의 직장인 최모(40)씨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경남 창원의 처가로 나들이를 떠났다. 최씨는 “뭔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처가에서 아이들을 많이 보고 싶어 하셨고 아내와 아이들도 많이 힘들어 했다. 잘 참아준 가족이 고마워 내려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소방헬기 추락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로타리 대피소∼천왕봉 구간 출입을 임시 통제했다. 이날 낮 12시쯤 경남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 부근에서 등산객을 구조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낮은 고도에서 추락해 대원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심정지 환자(65)와 아내(61)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이도경 강보현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