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저도 잠 안왔지만… 혁신 자산될 것” 유은혜 단독 인터뷰

입력 2020-05-01 00:21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연휴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가 등교 시기의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전국의 초·중·고 학생 540만명과 교직원 50만명이 원격으로 정규수업을 소화하는 ‘역대급’ 교육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선 낯설고 불편하다는 볼멘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참에 ‘한국형 원격수업’(K에듀)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목소리도 많다.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그는 학교 현장의 불편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도 교사와 IT 전문가의 헌신, 학부모의 인내심 덕에 안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온라인 개학은 거대하고 유용한 경험으로 교육 혁신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정승훈 사회부장

-전 학년 온라인 개학 2주째다. 중간 평가는.

“3월 2일 개학 연기 발표 이후 연거푸 개학 연기를 하다 보니 학생과 선생님께도 더 큰 어려움을 드리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불가피하게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으나 막상 온라인 개학 시기가 다가오자 잠이 안 왔다(웃음). 원격수업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충하다보니 불안정한 부분이 있었다. 중·고3 학년이 시작한 9일과 중·고 1, 2학년과 초등 고학년이 시작한 16일에 접속도 잘 안 되고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새로운 시도이니 두려워 말고 신속히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EBS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케리스)에 비상상황실 등을 운영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원격수업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드러난 문제들을 많이 해결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걸 매일 확인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선생님들이다. 지난 21일 기준으로 교사들이 제작해 원격수업 플랫폼에 탑재한 콘텐츠가 파악된 것만 230만건이다. 평균적으로 교사당 5개 정도를 만들어 올린 수치다. 지금은 훨씬 많을 것이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교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해준 것이다. IT 전문가들도 숨은 영웅이다. 민간 IT 전문가들이 원격수업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 있다. 국가적인 일이고 우리 아이들 문제라며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고 있다. 학부모도 빼놓을 수 없는데 불편을 감내해주셔서 감사하다. 덧붙이자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도 자기 일처럼 팔을 걷어붙였다.”

-손에 잡히는 성과라면.

“기초학력, 사교육, 지역·계층 격차 같은 교육 분야 난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얼마 전 대화한 한 선생님은 처음으로 쌍방형 실시간 수업을 준비하면서 방학 때도 이를 활용하겠다고 하더라. 제자 중에 뒤처지는 아이나 따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1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공부를 봐주고 필요한 콘텐츠를 소개해주고 피드백 해주겠다고 했다. 이런 사례가 학교 현장에 쌓여 공유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면 기초학력, 사교육, 지역·계층 격차 같은 문제들이 한꺼번에는 힘들겠지만 또 다른 해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권현구 기자

-코로나19 이후 교육 현장을 예상해 달라.

“선생님들끼리 교과협의회든 학년별협의회든 토론하고 지원해주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있다. 예전엔 연배 있는 교사가 후배 교사를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오히려 기술적으로 준비된 후배 교사들이 선배와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고 있다. 원격수업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학생과 학생의 가족, 교육계 관계자까지) 거의 전 국민이 짧은 기간이지만 온라인 개학이란 새로운 경험을 했다. 교육 혁신의 굉장히 큰 자산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하고 있었다. 수강을 원하는 과목이 적은 ‘소인수 수업’ 수요에 대비한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원하든 원치 않았든 전국의 모든 학교가 연구학교나 시범학교의 경험을 공유했다. 몇 년 동안 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실전에서 경험했다. 학생들도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학습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는 고교학점제에 핵심적인 부분이다. 온·오프라인을 섞는 블랜디드 러닝은 미래형 교수법이다. 교직원과 교육학자, 학생, 학부모까지 모든 교육 구성원들이 미래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본다.”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있다.

“먼저 원격수업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와이파이가 설치되지 않은 학교가 아직 있다. 평소에도 온·오프라인 수업이 원활하도록 인프라를 확충할 것이다. 선생님들이 어려워하는 초상권 문제라든지 저작권 문제에 대해 제도적으로 손볼 것이다. 특히 장애학생, 다문화가정, 초등학교 저학년, 맞벌이 가정 등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가 중요하다. 이번엔 아무래도 맞춤형 수업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

-해외에선 어떻게 보는가.

“전 세계적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가 한 걸음 앞서 가고 있다. 얼마 전 코로나19 회의에서 대한상의 관계자가 해외의 한국에 대한 질문을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가 드라이브스루 같은 방역, 둘째가 감염병 와중에 선거를 치른 비결, 셋째가 온라인 개학이다. 해외서도 원격수업을 많이 하지만 출석과 학사관리 전체를 원격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 교육부 장관이 원격수업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교류·협력을 요구했고, 유네스코와 불어권국제기구(OIF)에서도 우리의 노하우를 요구했다.”

-K에듀 모델은 언제 구체화될까.

“국내에선 교육 혁신의 돛이 올랐고 해외 관심도 높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민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국형 원격교육 정책자문단’을 꾸렸고 회의를 하고 있다. 아직 구체안은 없지만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봐달라. 한국형 원격교육 모델을 만들면 ‘K방역’에 이어 ‘K교육’이 해외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리=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