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중국 배후론’을 들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나의 패배를 원하고 있다”며 “그들은 나를 지게 하려고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 달 넘게 백악관에 머물렀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대선 격전지 중 한 곳인 애리조나 방문을 시작으로 대외 일정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대처가 바로 나의 재선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는 증거”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의 대중무역 압박 등을 완화하기 위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을 원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책임을 지울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나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대선 가도에 위협을 받는 시점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람이 6만명을 넘어섰고,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 여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정보를 은폐하는 바람에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졌다고 공격해 왔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최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40%)은 바이든 전 부통령(44%)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는 그 여론조사들을 믿지 않는다”며 “이 나라 국민은 똑똑하다. 그들이 무능한 사람을 집권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저녁 문제의 ‘살균제 인체 투입’ 발언 이후 비판 여론이 급증했고, 지지율도 떨어졌다는 참모진의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을 총괄하는 브래드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함을 치고 고소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이 지지율을 떨어뜨린다는 참모진의 지적에도 ‘국민들은 좋아한다’며 버티다가 결국 한시적으로라도 중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전망에 대해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으며 파스케일 본부장을 다그친 것은 그러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경제 활동 재가동에 맞춰 외부 일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힐튼, 도요타 등 주요 기업 임원들을 만나 “다음 주 애리조나에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애리조나 방문 일정과 관련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일 피닉스에 있는 허니웰 공장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의료장비 생산 능력과 500명 규모의 일자리 창출 사실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리조나는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과 함께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지역으로 꼽혀 대선 행보와도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