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졌다 하면 대형참사… ‘악마의 소재’ 우레탄폼

입력 2020-05-01 04:03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건우’ 이상섭 대표가 30일 사고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유족대기실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던 이 대표는 유족으로부터 항의를 받다가 실신해 119구급차에 실려갔다. 이천=윤성호 기자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는 우레탄폼을 단열재로 쓰는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인명사고라는 점에서 2008년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판박이다. 문제는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의 화재 취약성이 12년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경제성 때문에 지금도 건설현장에서 흔하게 쓰인다는 점이다.

30일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이 물류창고 건설현장의 건설기간 단축과 시공비 절감에 효과적인 건축 방식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 A씨는 “물건을 보관하는 물류창고나 냉동창고는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지어야 하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를 거의 쓰지 않는다”며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시공하면 샌드위치패널에 비해 공사 기간은 1.5배 정도 길어지고 비용도 상당히 늘어난다”고 말했다.

샌드위치패널 구조에서 철판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로 우레탄폼이 사용되는 이유도 경제성과 단열효과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다른 단열재보다 우레탄폼은 단열효과가 높은데다 단가가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짧다”며 “대체재로 콘크리트와 유리섬유 등이 있지만 우레탄폼만큼 단열효과를 내는 재질은 없다”고 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단열효과를 내려면 벽면의 두께가 두꺼워진다. 유리섬유는 우레탄폼보다 화재에 더 강하지만 1.5배 정도 많은 양이 소모된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우레탄폼은 에어스프레이 방식이기 때문에 굴곡진 벽면에 시공할 때 일반 단열재보다 시공이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우레탄폼 작업이 특히 화재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작업 도중 유증기가 상당수 발생하는데 일부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환기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유증기에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의 화재 취약성을 알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A씨는 “안전수칙에 따르면 용접할 때 불티 비산방지 덮개 등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작업자들이 잘 지키지 않는 편”이라며 “대기업이 감독하는 이른바 ‘1군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있어 수칙이 잘 지켜지지만 안전관리자가 없는 중소 건설현장에서는 작업상 편의 때문에 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C씨도 “지인이 이번 사고 현장에서 하루 정도 일했는데 많은 작업자가 한번에 몰려 여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고 하더라”며 “우레탄폼 작업 때도 여러 팀을 동시에 투입하거나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유증기가 쌓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재와 건축 구조에 대한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샌드위치패널 자체가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공사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며 “현재 샌드위치패널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