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용품을 만들던 이경림(45) 로이스 크래프트 대표가 요즘 하는 일이 있다. 재봉틀 앞에서 작은교회 목회자에게 보낼 마스크를 만드는 것이다. 상명대 요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2014년까지 육군사관학교에서 공예미술을 가르쳤다. 경기도 고양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2018년 공방을 만들어 고급 가죽공예품을 제작·판매해 왔다.
이 대표는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품귀현상을 보면서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일회용 마스크보다 면 마스크가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봉틀로 직접 면 마스크를 만들어 파주 순복음삼마교회 담임목사님과 부교역자, 사모님, 주변 작은교회 목사님들께 선물해드렸더니 반응이 꽤 좋았다”고 설명했다.
인디핑크 베이지 연그레이 차콜 카키그린 등 색감이 좋은 데다 콧대를 살리는 디자인의 마스크여서 주변에서 차라리 마스크를 파는 게 어떻겠냐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매신청을 받았더니 1만2000원 이상의 고가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마스크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다. 1개를 만드는 데 20분가량 걸린다. 바깥쪽 원단은 통기성이 좋은 리넨으로, 안감은 피부 마찰이 적은 순면으로 만든다. 사전에 만든 패턴에 따라 원단을 자르는데, 네모난 평면 마스크는 주름을 넣고 입체 마스크는 곡선 형태로 만든다.
자른 원단은 천이 밀리지 않도록 시침을 이용해 고정하고 재봉틀로 박음질한다. 뒤집어서 다시 박음질할 때 코 부분에 와이어를 삽입한다. 마스크 끈은 가죽 조각에 구멍을 내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필터를 넣을 수 있도록 안쪽에 공간도 만들어놨다. 최신 유행에 맞게 오렌지 색깔의 스티치를 넣은 마스크도 있다.
그는 “판매용 마스크를 만들다가 공적 마스크조차 구입할 여력이 없는 작은 교회 목사님이 떠올랐다”면서 “새벽기도를 드리다가 십일조를 드리는 마음으로 매일 미자립교회 1곳을 선정해 목사님과 사모님이 쓰시도록 수제 마스크 2개씩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청자는 네이버 블로그 ‘로이스 크래프트’에 글을 남기면 된다. 건전한 교단에 소속된 작은 교회 목회자, 마스크가 꼭 필요한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교회 주보와 교단 가입 증명서, 교회 예배당 전경 사진을 받아 확인한 뒤 착불로 발송한다.
이 대표는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 수제 마스크를 쓰고 복음 전도사역을 힘있게 하셨으면 좋겠다. 손바닥만 한 마스크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훌륭한 목회를 하고 계신다며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죽공방 이름은 시편 23편 1절 목자 되신 하나님을 뜻하는 ‘여호와 로이’에서 따왔다. 이 대표는 “작은 공방이지만 목자 되신 하나님의 소유된 하나님의 기업이라는 뜻이 있다”며 웃었다. 그는 가죽으로 성경 커버, 차량용 십자가 장식, 십자가 문양이 들어간 가방과 지갑 북마크, 골프화 장식용 테슬도 만든다.
파주=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