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작곡한 음악 한번 들어보실래요?” 허원길(27) 포자랩스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가장 최근 작곡한 3곡을 연달아 들려줬다. ‘뚜두뚜두∼단딴~.’ 힙합 분위기가 묻어나는 편안한 선율이었다. 허 대표가 2018년 세운 포자랩스는 음악 생성 기술을 이용해 누구나 원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회사명은 버섯 포자처럼 일상에 기술을 뿌린다는 뜻이다.
AI가 어떻게 작곡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그는 “AI는 화성학적 규칙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듭니다. 일정한 음원 조건을 넣으면 그 조건에 맞는 음악 파일을 적용해 새로운 선율을 창조하지요”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아까 들은 3곡의 음원 조건은 힙팝, 로파이(Lo-fi·저음질) 등이었고 드럼 피아노 퍼커션 등 5개 악기를 지정한 것입니다.”
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3곡은 제각각이었다. “연주법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음악이 나오는 겁니다. 공통점은 집에서 녹음한 것 같은 거친 음질에 힙팝 스타일이란 거고요.” 그렇게 3분 분량의 한 곡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초. AI 딥러닝 기술이 ‘음알못(음악을 알지 못 하는 사람)’도 음악 생산자로 만들어 주는 놀라운 세상인 것이다.
그가 AI로 작곡을 시도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기술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포자랩스는 음악언어 파일이라고 할 수 있는 MIDI데이터는 1000곡가량, 샘플 데이터는 6000개가량 수입한 상태다. 이르면 이번 달 말 무료 베타 서비스 홈페이지(viodio.io)를 오픈하고 올해 연말까지 완성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그를 포함한 엔지니어, 작곡가 등 10명이 일하고 있다.
허 대표가 이런 즐거운 계획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장 과정과 관련이 깊다. 열 다섯 살때까지 10년간 피아노를 쳤고 고교 시절 AI에 대한 관심이 커져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대학 땐 음악밴드에서 활동했고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딥러닝을 공부했다. “딥러닝연구소에서 인턴을 하면서 ‘알파고’ 기술 발전을 직접 목격했고 AI기술을 일상에 적용하는 사업을 구상했어요.”
그는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창업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회사원이 되면 제가 재미있어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없잖아요”라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포자랩스는 현재 여러 기관의 투자로 운영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음악을 많이 사용하는 유튜버 등 개인과 회사에 이 프로그램을 판매해 수익을 본격적으로 낸다는 구상이다.
영국 팝가수 샘 스미스를 좋아하는 그는 AI가 음악 창작자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기가 나왔다고 해서 화가들이 사라지진 않았죠. AI는 고정 관념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걸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어떤 악기로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악은 굉장히 달라져요. 인간의 창의성을 아직 대체할 순 없어요.”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