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3년 뒤 시장규모 2배로

입력 2020-05-01 04:09
사진=LG화학 제공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기기와 무선 청소기 등에 탑재되던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년 안에 시장 규모가 2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올해 74.6GWh에서 2023년 150GWh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존의 대형 파우치 배터리를 주로 탑재하던 전기차들이 테슬라를 시작으로 소형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다. 전기차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출시하고 이를 인정받자 후발 주자들도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결정했다. 재규어, 루시드모터스, 리비안 등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흔히 보는 건전지 모양의 배터리다. 규격이 표준화돼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 지름 21㎜, 높이 70㎜ 크기의 ‘21700’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과거 ‘18650’ 모델의 용량을 50%까지 늘린 고출력 모델이다.

전기차 1대에는 수천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중 하나가 망가지면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리비용이 높아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테슬라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특허를 공개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테슬라는 2014년 원통형 배터리 급속충전 기술을 비롯해 배터리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 등의 특허를 무료 공개했다.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에도 이목이 쏠린다. LG화학, 삼성SDI, 파나소닉 3곳만이 원통형 배터리 대량 생산체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삼성SDI는 LG전자, 삼성전자 등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탑재되는 원통형 배터리를 꾸준히 생산해 왔다.

LG화학은 지난 2월 미국 루시드모터스의 ‘루시드 에어’ 표준형 모델에 2023년까지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테슬라의 모델3에도 LG화학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승세 LG화학 전지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지난 28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원통형 전지가 본격 출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영국 재규어랜드로버에 배터리를 독점 공급 중이다.

통상 전기차에 탑재되던 배터리는 파우치형(폴리머형)이었다. 디자인 변형이 쉽고 고용량·고밀도로 고출력이 가능함에도 안정성이 높아 주목받았다. 하지만 공정 난도가 높아 다른 전지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BMW, 아우디 등에 탑재되는 각형 배터리도 있다.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낮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해외에서는 중국의 BYD가 각형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