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불안감 채워주던 신앙생활… 주님 존재 확인하고 천국의 삶

입력 2020-05-04 00:06

아버지는 매일 술에 취해 어머니를 때리며 동생과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5살 때 두 분의 이혼으로 우린 할머니 집에 맡겨졌다. 1년 후 재결합했지만 두 분 사이는 여전했고 언제 또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우울했다. 중학교 때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서울로 올라와 우리를 외갓집에 두고 어머니는 일을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늘 우울하던 나를 부흥회에 초대했다. 처음 받아 본 관심과 사랑에 마음이 열려 주일학교, 성가대, 청년부 등 열정적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믿음 좋은 청년과 결혼도 했다. 모든 삶을 교회 중심으로 살며 열정을 쏟았지만 믿음의 대상도, 예수님이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호했고 열심을 낼수록 마음은 더욱 갈급해졌다.

정선으로 가족여행을 할 때 안내를 한 후배는 여행 내내 예수님의 부활을 얘기했다. 그 후배의 소개로 남편과 수련회에 참가했다. 성도들의 기쁨에 찬 모습과 뜨거운 찬양은 너무 놀라웠다. 그리고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데 예수님이 주인이 아니면 구원이 없다’고 한 목사님의 ‘주인’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들렸다. ‘예수님이 주인이 아니면 구원이 없다고?’ 너무 혼란스러웠다. 집에 돌아와 목사님의 신앙칼럼을 폈는데 ‘사람이 변하지 않고 초대교회와 같은 생명력 있는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복음에 있다’는 말씀이 눈에 딱 띄었다. 그리고 로마서의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었다가 다시 살으셨으니 곧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려 하심이니라’는 말씀이 선명히 보였다. ‘아! 예수님이 주인 되시려고 부활하셨구나! 부활로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는구나!’ 그러나 여전히 ‘말씀 따로, 삶 따로’였고 ‘주인’이라는 말도 정말 부담스러웠다. ‘부활도 믿고 예수님이 주인인 것도 믿는데 뭐가 문제일까?’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남편의 말에 제자들의 관점으로 요한복음을 읽었다. 그런데 안 보이던 말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수께 이르러는 이미 죽은 것을 보고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피와 물이 나오더라.’ ‘물과 피! 이미 죽은 예수님! 예수님이 나와 동일한 사람이셨다니!’ 너무 놀라웠다. ‘사람인 예수님을 어떻게 하나님으로 믿을 수 있지?’ ‘도마는 어떻게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할 수 있었을까?’ 하는 고민도 한 순간에 풀어졌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살아난 것을 실제 본 것이다. ‘아! 예수님이 진짜 부활하셨구나!’ 하나님께서는 구약에 미리 예언해 놓으셨고 이 땅에 없는 부활의 표적을 통해 믿을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이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하나님이고 나의 주인이셨다.

제자들은 부활의 증거를 보고 난 후에야 믿었는데 어떻게 나는 예수님을 당연히 하나님이라고 믿었던 건지…. 제자들과 나는 믿음의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구원을 받고 예수님이 주인이 돼 가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셔서 이미 나의 주인이 되신 그 분을 믿을 때 구원이 있는 것이었다. 예수님이 누구신지는 정작 모르면서 주인만 바꾸려 했으니 삶이 변할 수가 없던 것이다. 하나님 앞에 서니 예수님을 믿지 않은 죄가 얼마나 악랄한 죄인지 바로 통곡이 나왔다. “어찌합니까? 용서해 주세요.” 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했고 사도행전의 삶이 시작됐다. 복음으로 세워진 공동체와 함께하다 보니 히브리서 11장에 더 좋은 부활체를 소망하며 매일 천국의 삶을 누리고 있다. 예수님의 존재조차 명확하지 않은 채 열심히 헌신하고 봉사하며 신앙생활을 하던 내가 영원한 삶을 소망하며 오늘도 공동체와 함께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조선영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