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요한이(가명·10·지적장애) 집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곱 식구로 북적인다. 최근에는 온라인 개학으로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형과 누나들, 아직 유치원생인 동생까지 수업 준비로 아침부터 분주하다. 스스로 학습 준비를 하는 형·누나들과는 달리 요한이는 4학년인데도 엄마 없인 자리에 한 번 앉기도 힘들다.
요한이는 팔삭둥이로 태어났다. 다른 신생아에 비해 몸무게가 적었지만, ‘건강하다’는 의료진 얘기에 인큐베이터에 하루 머문 뒤 신생아실로 옮겨졌다. 돌이 됐을 땐 “엄마 아빠” 소리도 곧잘 했다.
문제가 생긴 건 그 후였다. 또래 아이들이 점점 말이 늘 때 요한이는 오히려 말이 줄었다. 이상행동도 늘었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견딜 수 없어 하며 귀를 막았고 냄새와 맛, 빛 등 모든 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조금 느린 아이, 예민한 아이일 뿐이라 생각했던 부모의 생각은 ‘지적장애 2급’이란 판정이 내려지며 깨졌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기도를 동아줄처럼 붙들며 버틸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한참동안 걷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도 요한이 손잡고 작은 것부터 기도했어요. 처음엔 입술을 열어달라고, 이후에는 마음과 생각을 열어달라고요.” 어머니 김현정(가명·48)씨의 이야기다.
요한이는 언어·인지·감각통합 치료를 받고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2시간씩 치료를 받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로 무장한 채 병원으로 향하느라 몸과 마음이 몇 곱절 무거워졌다.
꾸준한 치료 덕분에 요한이의 상태는 날로 좋아지고 있다. 치료실 선생님들도 예후가 좋은 아이로 손꼽는다. 화가 날 때 얼굴을 긁거나 자해하던 증상이 사라지고 감정조절 능력도 향상됐다. 예전엔 누군가 자신의 신체나 물건을 만지는 건 상상도 못 했지만 요즘엔 자신이 쓰는 이불을 동생에게 덮어주기도 한다.
요한이가 성장할수록 치료비 부담은 늘어간다. 정부 지원 바우처를 사용하고도 치료에 드는 자부담 비용만 50만원이 넘는다. 클래식 음악이나 찬송가에 흥미를 보이는 요한이에게 음악치료도 해주고 싶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다. 유일한 수입원인 아버지도 지난해 여름부터 실직 상태라 일곱 식구의 생활비와 월세 부담도 크다.
요한이네 가족은 주일마다 컴퓨터 앞에 모여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 김씨는 “한 달째 교회를 가지 못한 요한이가 서운해한다”면서 “고되고 힘들어도 요한이가 또박또박 ‘아멘’하고 외칠 때마다 늘 우리 곁에서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2020년 3월 27일~4월 29일/단위: 원)
△김병윤(하람산업) 채충명 30만 △강희선 무명 사공윤 박지혜 조동환 이정자최종규 남영희 오진식(소망정육점) 임은경 신성덕 백승례 10만 △(주)인스월드 송은숙 최찬영 이윤미 정기 연용제 조병성 장경환 장예진 박윤장 한승우 최점용 조성선 5만 △우하숙 강현주 신하영 김덕수 정기쁨 김선화 김민수(이세아) 3만 △이영란 권경희 신순례 김진수 김영희 무명 2만 △박영식 사랑 서진경 하은이힘내길 무명 염방울 김애선 김영모 최배화 임순자 김진일 1만 △제갈주연 5000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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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