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도 골프장만은 왜 ‘북적’이나

입력 2020-05-01 04:06

거의 모든 업황이 바닥을 찍는 상황에서 골프장 경기만 눈에 띄게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외부 활동 감소로 상당수 업종이 장기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는 탓에 골프장의 선전은 유독 눈에 띈다.

30일 한국은행의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예술·스포츠·여가 부문 업황BSI는 41로 전달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비제조업 14개 업종 중 가장 큰 오름폭이다.

전체 비제조업은 3포인트 하락한 50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1월 이래 가장 낮았다. 제조업은 4포인트 내린 52, 전체 산업은 3포인트 내린 51로 각각 2009년 2월(43), 2008년 12월(51) 이후 최저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BSI는 수치가 낮을수록 업황을 나쁘게, 높을수록 좋게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경기에 대한 판단은 ‘나쁨’ ‘보통’ ‘좋음’ 중에서 선택한다.

예술·스포츠·여가 업종의 지수 상승을 주도한 건 골프장이다. 다른 업종은 여전히 부정적 응답이 지배적이었지만 골프장만은 이용객이 늘면서 응답이 두드러지게 개선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 기업통계팀 관계자는 “응답이 ‘나쁨’에서 ‘보통’으로 전환한 것이긴 해도 그렇게 달라진 업체는 골프장밖에 없었다”며 “테마파크나 공연장 등 나머지는 ‘나쁨’을 유지한 업체가 많았다”고 전했다.

3월까지만 해도 골프장들 역시 업황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한 달 전 조사된 4월 예술·스포츠·여가 업황전망BSI가 28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골프장 분위기가 얼마나 급반전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골프장 이용객은 최근 부쩍 늘어나는 모습이다. 골프장의 체감경기 변화가 반영된 예술·스포츠·여가 업종 매출BSI는 3월 25에서 4월 43으로, 채산성BSI는 같은 기간 42에서 59로 각각 큰 폭 상승했다.

아직 체육시설 이용을 비롯한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상황이지만 사람 간에 비교적 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야외 골프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날이 풀린 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됐다는 점도 야외 활동을 자극하면서 골프장 이용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이라도 실내 시설은 여전히 경기 인식이 나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 관계자는 “야외 활동 관련 업체는 5월에 어떻게든 조금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곳이 더러 있었다”며 “실내 체육시설이나 공연장 같은 곳은 아직도 기대를 많이 안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