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밀당’의 법칙

입력 2020-05-01 16:59 수정 2020-05-01 17:00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우상을 숭배하며 죄를 범했을 때 이스라엘은 7년 동안 미디안 사람들에게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씨앗을 심어 놓으면 쳐들어와 온 땅의 소산물을 망쳐 놓는 미디안 사람들 때문에 이스라엘 자손들은 산에 굴을 파고 숨어 고통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고통 가운데 있던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울부짖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미디안의 눈을 피해 포도즙 틀에 숨어 밀을 탈곡하던 이스라엘의 다섯 번째 사사 기드온에게 사자를 보내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미디안이 두려워 숨은 기드온을 ‘큰 용사’라고 표현한 것은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님께서 기드온을 부르시는 장면 속에서 부르시는 자와 부르심을 받은 자가 서로 밀고 당기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포즉리 필리즉포(必浦卽離 必離卽浦·잡으려 하면 떠나려 하고 떠나려 하면 잡으려 한다)라는 말처럼 밀고 당김은 세상의 이치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속박에는 벗어남으로, 떠남에는 붙잡음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적당한 균형을 잡는 일은 바로 ‘밀당’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하나님과 그리스도인 사이에서도 건강한 긴장감이 유지돼야만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세상 속에서 분명한 사명을 인식하게 됩니다. 긴장감이 없으면 사람은 스스로 타락하고 교만에 이르게 되며 하나님을 떠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삶의 고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고난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픔을 통해 보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태풍이 지나고 난 뒤 바다가 정화되듯이 삶의 여러 위기들은 느슨해진 하나님과의 간극을 좁혀줍니다.

모세를 택하고 부르시어 애굽의 압제와 억압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건져내셨듯이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을 부르심으로(삿 6:11-16) 미디안의 손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하고자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기드온은 처음에 부르심에 부응하기보다 불평하듯 문제를 제기하고 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할 것이라’(삿 6:16)는 확신을 주십니다.

하나님은 ‘밀고 당기는 적절한 긴장감’과 ‘묻고 답하는 부르심’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약하고 부족한 자로 여기는 기드온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알게 하셨습니다. 지극히 미약하고 제일 작은 자임을 고백했던 기드온을 하나님께서 이처럼 큰 용사로 부르신 까닭은 ‘어느 누구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고전 1:29)

하나님은 우리의 능력 밖의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하고 사용하십니다. 인간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지만 하나님은 할 수 없는 우리의 연약함까지도 사용하십니다. 인간은 눈앞에 환경을 보지만 하나님은 그 환경을 통해 역사하십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혼란스러운 사회는 마치 미디안인의 출몰로 고통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연상케 합니다. 포도즙 틀에 숨어 밀을 탈곡하는 기드온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은 고통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었고 하나님은 그런 이스라엘 가운데 기드온을 큰 용사로 부르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두려움과 염려 가운데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큰 용사여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라.’

김성훈 구세군 노원영문 사관

◇구세군 노원영문은 구세군의 선교적 사명에 입각해 노원구 하계동에 세워졌습니다. ‘성도의 행복이 하나님의 기쁨’이라는 모토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나누는 ‘예수로 인해 행복한 교회’를 지향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