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지도부 힘 없고, 중진들은 자리싸움… 통합당 ‘사분오열’

입력 2020-04-30 04:02
미래통합당 심재철(오른쪽) 당대표 권한대행과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국회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위 사진).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기자들이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 여부 등을 묻자 김 전 위원장은 “어제 다 얘기했는데 뭘 자꾸 묻느냐”고 답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후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통합당 지도부는 총선 완패로 영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비대위 전환마저 추진하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도부가 밀어붙였던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닻을 올리지도 못한 채 당내 반발만 키우는 형국이다. 당 안팎에선 동력을 잃은 지도부, 자리싸움 벌이는 중진 의원들, 한 목소리 못 내는 당선인들이 빚어낸 총체적 참사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29일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못 박는 방안을 논의했다. 5월 6일 또는 7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비대위원장 임기 제한을 푸는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계획은 5월 8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 전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2022년 3월 차기 대선을 10개월 정도 앞둔 시점까지 비대위원장 임기를 보장해준다는 취지이기도 했다.

지도부는 상임전국위 불발이나 개정안 부결 상황이 벌어질 경우 김종인 비대위 카드를 다시 살릴 수 없게 된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전날 밤늦게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아갔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에게 ‘셀프 임기 연장’을 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현재는 당헌 개정을 다시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헌이 개정되더라도 통합당 내분을 못마땅해하는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지는 불투명하다. 김 전 위원장은 29일 기자들 질문에 “다 지나간 상황”이라며 “관심 없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나는 자연인”이라며 “더 이상 뭘 말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지도부가 김종인 비대위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조경태 최고위원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재경 의원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 후 새 원내 지도부를 빨리 꾸려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총선 패배 책임이 큰 현 지도부는 차기 지도체제 논의에서 빠지라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에서 져 물러나는 권한대행이 당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게 어디 있느냐. 당선인 총회에서 1박2일이든 2박3일이든 끝장토론을 해서 지도체제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은 “지도부가 (김 전 위원장에게) 굽신굽신하는 데 화가 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잠룡급 인사들은 견제구를 날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뜨내기들이 주인을 내쫓고 당 주인 행세를 하는 모습에 기가 막힌다. 나는 이 당의 터줏대감”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당을 접수하려고 40대 기수론이라는 엉터리 주장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간절히 내민 손을 뿌리치고 당을 나가시지 않았느냐”면서 홍 전 대표를 공격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헌에 규정된 대로 8월 말 전당대회를 열자는 입장이다.

통합당 청년 비대위는 “제1야당인 통합당이 한 개인에게 무력하게 읍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당 지도부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청년 비대위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청년 후보와 당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경택 김이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