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 격리?… ‘김정은 미스터리’로 드러난 한·미 당국 정보력

입력 2020-04-30 00:33

‘중병설’ ‘유고설’이 나돈 지 2주가 다 돼 가지만 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이 같은 ‘김정은 미스터리’는 한·미 정보 당국의 대북정보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의 건강에 대해 운세를 점치듯 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해 “잘 안다”고 했다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시하듯 수시로 민감한 정보를 흘려온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미 정보 당국의 정보 부재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보 당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AP통신은 ‘김정은 건강에 대한 의문들은 정보 당국의 한계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서울발 기사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 결핍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북한이 극도로 폐쇄됐기 때문”이라면서도 “그곳(북한)에 대한 한국의 노력도 비난받을 여지가 크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그러면서 한국의 진보·보수 진영이 대북 정보 부재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을 전했다. “진보적인 한국 정부의 지지자들은 과거 10년간 집권했던 보수 세력이 북한의 핵 야욕에 대해 강경책을 펼치면서 남북 사이를 잇던 외교관, 정부 당국자, 기업가, 구호단체 등의 활동을 막은 것을 원통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진보 진영이 남북관계 회복을 추진하면서 아마도 스파이 활동 규모를 줄인 탓에 정보 네트워크 재건이 어려워졌다고 불평한다”고 꼬집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김정은은 어떻게 서구의 스파이들을 암흑 속에 가두나’라는 기사를 통해 내밀한 북한 정보를 취득하는 일의 본질적인 어려움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대북 정보 수집의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북한의 신문, 방송, 학술지, 웹사이트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북한 권력 핵심에서 누가 앞서나가는지 정도를 아는 데에만 도움이 될 뿐 한계가 뚜렷하다.

이보다 높은 수준의 정보 수집 방식은 감청과 위성 이미지, 휴민트(공작원과 같은 인적자원)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청과 위성 이미지의 경우 북한이 적국 정보 당국을 교란하기 위한 도구로 역이용되기도 한다.

앞서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5일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해 김 위원장 전용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원산 기차역에 정차해 있는 상태라며 ‘김정은 원산 체류설’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같은 정보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고지도자의 열차가 위성에 탐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혼선을 주기 위한 의도로 열차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휴민트도 북한 정치의 구조적 분리를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 CIA 선임분석관을 지낸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북한 관료들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은 수천명을 숙청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도록, 그리고 개개인이 지위가 상승해 동조세력을 모으지 못하도록 내부를 계속 흔들고 싶어한다”며 “비밀주의는 생존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이형민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