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잠에 들어있던 프로축구 K리그가 기지개를 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다음달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과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하는 1부리그 ‘하나원큐 K리그1 2020’와 2부리그 ‘하나원큐 K리그2 2020’ 일정을 29일 공식 발표했다. K리그1은 정규 22라운드를 치른 뒤 파이널라운드 총 5경기로 10월까지 시즌을 마무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창궐 뒤 방역에 모범적으로 대처하며 프로축구 시즌을 재개하는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다만 무관중 시즌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와 더불어 시즌 진행 중 확진자 발생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즌 K리그1의 관심사는 현대가(家) 라이벌의 양강 구도가 이어질지 여부다. 디펜딩챔피언 전북은 지난 시즌 치열한 경쟁 끝에 극적으로 리그 3연패를 이뤄냈음에도 ‘트레블(시즌 3관왕)’을 호언장담했던 데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 현대는 끝까지 전북을 따라붙어 놓고도 마지막 경기에서 지역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에 일격을 당하며 우승컵을 코앞에서 놓쳤다.
전북은 리그 최우수선수(MVP)였던 울산의 에이스 김보경을 적진에서 데려왔다. 포항에서 잠재력을 보여준 이수빈도 빌려와 중원을 두텁게 구축했다. 오반석과 구자룡의 영입으로 수비진을 보강했고 지난 시즌 대활약한 ‘소년 수문장’ 송범근과 국가대표 출신 이범영의 복귀로 골문까지 든든하다. 문선민과 로페즈 등 주전 공격자원과 수비수 신형민의 이탈이 걸림돌이다.
울산에서 눈에 띄는 건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국가대표 이청용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의 중심축이던 김보경의 빈 자리를 얼마나 메워줄지가 관건이다.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조현우와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이 합류하면서 선수단 이름값을 높였다. 미국 무대에서 우승을 경험한 수비수 김기희도 데려와 고른 보강을 했다는 평가다.
2부리그 K리그2는 다음달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서울 이랜드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정규 27라운드를 치른다. 이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1부 승격팀을 결정한다. 신인왕에 해당하는 영플레이어상이 이번부터 신설된다.
이번 시즌에는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감독으로 데뷔한다. 설기현 감독은 K리그2 경남 FC를, 김남일 감독은 K리그1 성남 FC 지휘봉을 잡는다. 역시 2002년 멤버인 서울 FC 최용수 감독은 물론 ‘병수볼’로 이름 높은 강원 FC 김병수 감독, 지난 시즌 막판 대반전을 보여준 포항 김기동 감독의 지략 대결도 볼거리다.
K리그1은 코로나19 확진자 추가발생 등으로 정규라운드 22라운드를 모두 마치지 못할 시 시즌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경우 우승팀 타이틀이나 순위가 인정되지 않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자격 분배도 따로 논의된다. K리그2는 27라운드 중 18라운드를 치르면 시즌이 성립한다. 연맹 관계자는 “시즌 진행 중 방역 지침 관련해 가안을 각 구단에 보내 피드백을 받은 상태”라며 “의견을 반영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KFA)도 세미프로 리그인 K3, K4리그를 다음달 16일부터 무관중 개막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국내 최고권위 토너먼트 대회인 ‘2020 하나은행 FA컵’ 역시 다음달 9일 1라운드부터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