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16개대학 신입생 10명 중 4명 ‘정시’로 뽑는다

입력 2020-04-30 04:01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이른바 ‘서울 주요 16개 대학’ 신입생 10명 중 4명이 정시모집에서 채워진다. 고교 내신 성적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도 늘어났다. ‘부모 찬스’ 논란이 끊이지 않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은 줄었다. 세 전형 모두 변화 폭이 상당하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고 내신 관리 역시 소홀히 하기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내신 성적이 나쁜 학생들이 조기에 수능 준비에 돌입하거나 재수생·반수생(대학 재학 중 대입 재도전)이 증가하고, 이과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29일 발표했다. 가장 이목을 끈 내용은 정부가 정시 확대의 ‘타깃’으로 지목했던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으로 대입 개편 요구가 빗발치자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2023학년도(현 고1 대입)로 시한을 설정했지만 되도록 2022학년도에 조기 달성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가 집계한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37.6%다. 2021학년도 29%보다 상승했다.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연세대 한국외대 한양대까지 9곳이 40%를 달성했다(표 참조). 성균관대(39.4%)와 경희대·숭실대(37.0%) 세 곳도 사실상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 서울대는 30.1%인데 2023학년도에 40%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변동폭이 두드러졌다. 고려대의 정시 비중은 18.4%에서 40.1%로 늘어났다. 모집 인원은 768명에서 1682명으로 914명 많아졌다. 이 때문에 학종을 47.5%에서 36.3%, 학생부교과를 27.8%에서 20%로 줄여야 했다. 연세대의 경우 학종을 48.9%에서 27.6%로 줄이고 정시(30.7%→40.1%), 학생부교과(0%→13.9%)로 모집 인원을 분산시켰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입이 수능과 내신으로 압축됐다고 본다. 정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만 1582명 늘어난다. 고려대 914명, 연세대 375명, 서울대 293명이다. 16개 대학 집계는 4509명이다. 학종은 4916명 감소하고, 학생부교과는 1841명 증가한다. 수시 이월인원까지 합하면 정시 비중은 45% 수준으로 올라간다. 정시와 수시 비중이 4.5대 5.5로 재편된 것이다.


내신 성적도 중요해졌다. 기존 학종에서도 내신 성적은 지원 대학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교육부는 여기에 더해 비교과영역을 대폭 축소하고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학종을 운영토록 했다. 학교 정규 교과를 공부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학생의 역량이나 잠재력을 평가하라는 것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이 늘어난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시 비중 상승으로 조기에 수능 준비에 나서는 학생이 많아질 수 있다. 이는 재수생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입 전략이 꼬여버린 학생의 경우 대입 재도전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 있다.

약대 신설로 이과 선호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약학전문대학원이 없어지고 2022학년도부터 6년제 약대 선발이 시작된다. 선발 규모는 1578명이다. 기존 의대와 치대, 한의대에 약대가 가세하면서 자연계열 일반학과 진학이 현재보다 쉬워질 수도 있다.

대입 변화는 고교 입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서울 강남 지역 등에 위치한 입시 명문으로 인식되는 일반고나 정시와 수시에서 동시에 경쟁력이 있는 특수목적고 등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