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시즌에 정유사들이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27일 1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에쓰오일에 이어 현대오일뱅크가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도 영업적자를 낼 것이 확실시되면서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한 분기 만에 날릴 위기에 놓였다.
현대오일뱅크는 29일 1분기 영업손실이 5632억원으로 전년 동기 1008억원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4조4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영업손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유가변동 손실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제유가를 두바이유 3월 평균 가격인 30달러 선으로 가정해 1분기 유가변동 손실을 5885억원으로 계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유가변동 효과를 제외하면 253억원의 영업익을 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2분기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달 20달러 수준을 기록한 국제유가가 다음 달에는 25달러 수준, 6월에는 27달러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두바이유 최저가는 22일 등장한 배럴당 13.52달러였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날 진행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유가 상승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2분기에는 손익분기점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 4곳 중 2곳의 실적만이 발표됐지만 이미 정유업계의 1분기 영업손실은 1조5705억원에 이른다. 지난 27일 에쓰오일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1조73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영업적자까지 모두 합하면 1분기에만 4조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정유 4사의 1년치 영업익을 모두 합산하면 3조907억원이었다. 한 분기 만에 한 해의 영업익을 모두 상쇄하는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정유사들의 조심스러운 기대와 달리 수요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2분기도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 의견이다.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전인 1월의 양호한 실적이 일부 반영됐다면, 2분기에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경색된 4월 이후 상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5, 6월에도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분기 적자는 확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다음 달 6일에, GS칼텍스는 10일을 전후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