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사랑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그가 떠나거나 내가 멈추거나 한다. 그러나 서로 안에 남겨진 사랑은 계속 살아서 일한다. 서로를 빛나게 하고 온전히 세운다. 이것이 진짜 사랑이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현대기독교음악(CCM) ‘시선’ ‘내 삶은 주의 것’ 등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김명선(40) 전도사의 책 ‘사랑이 남긴 하루’(복있는사람)에 적힌 ‘진짜 사랑’의 정의다. 책은 2016년 담도암으로 남편을 보낸 후 3년여간 쓴 일기를 모은 에세이집이다. 죽음을 앞둔 남편의 귀에 ‘슬픔도 눈물도 없는, 빛인 예수님이 계신’ 천국에 관해 속삭이고, 아빠가 사준 네발자전거를 좋아했던 아들에게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홀로 가르치다 울컥하는 모습…. 가슴 저미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눈물 자국 가득한 책과는 달리 지난 28일 만난 그의 얼굴은 밝았다. “워낙 밝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에요. 남편을 잃은 이 시간을 통과하면서 묵직해졌지요.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다고 할까요. 이 관점이 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김 전도사는 2005년 예수전도단 캠퍼스 워십팀 간사를 시작으로 찬양 사역을 시작했다. 그를 알린 곡 ‘시선’은 2010년에 나왔고, ‘내 삶은 주의 것’이 담긴 첫 정규앨범 ‘낙헌제’ 1집은 2015년 발매됐다. 지난해 12월엔 2집으로 ‘사랑을 남는다’를 냈다. 지금은 경기도 성남 할렐루야교회의 뉴웨이브 공동체 워십리더와 ‘여성을 위한 예배’ 뷰티풀워십 대표로 활동 중이다.
남편의 병은 그가 두 자녀를 낳고, 첫 솔로 앨범을 낸 이후 급작스레 찾아왔다. 담도암 4기였다. 의사는 온몸의 80%가 암으로 덮여 있다며 항암 치료를 해도 여섯 달 이상 살기 힘들다고 했다. 부부는 항암과정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날 것을 믿고 투병 기간을 ‘영광 프로젝트’라 명명했다. 남편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 뒤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앙고백이 담긴 일기를 올렸다. 2016년 8월 SNS에 ‘승리에 대한 갈망’이란 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평소 좋은 걸 못 줘서일까, 그간 못 챙겨준 탓일까. 담도암 자체가 발견이 힘든 암이라지만, 자책감이 몰려왔다. 장례를 치른 지 1년이 지나니 “하나님 제게 왜 이러십니까”란 원망이 절로 나왔다. 아빠가 없어진 아들은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였다. 육아와 생계를 오롯이 책임지는 가운데, 자녀마저 아파하니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다.
역설적으로 ‘선한 하나님의 손길’은 이때 선명히 드러났다. 기도할 때마다 ‘하소연할 데 있음’에 감사가 나왔다. 찬양 사역뿐 아니라 반찬, 쌀 등 세 식구 생계를 위한 크고 작은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사별 후 하나님의 특별한 돌봄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성경에도 과부와 고아가 주님께 특별 대우를 받잖아요. 과부란 말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책에는 ‘시선’과 ‘내 삶은 주의 것’을 쓴 배경도 나온다. 전자는 ‘모든 시선을 주님께 드리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낄 때/ 내 삶은 주의 역사가 되고/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네’란 가사와 달리, 하나님께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열정도 식었다고 느껴졌을 때 쓴 곡이다. 후자는 찬양사역자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자”고 외쳤지만, 정작 사랑하는 이를 천국에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 자신을 반성하며 썼다.
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남편 별세 후 처음으로 두 자녀와 TV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깔깔 웃으며 TV 장면을 따라 하고 자녀들과 이야기 나누며 일상의 행복을 맛봤다. 김 전도사는 “코로나19로 일상의 소중함을 체감하는 요즘 아니냐”며 “이 책으로 사랑하는 사람, 나만의 일 같은 일상의 찬란함을 깨닫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