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개 ‘다락방’이 지역 경제 살리고 이웃 돕는 마중물 역할

입력 2020-04-30 00:01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가 28일 서울 용산구 교회 담임목사실에서 공감소비운동 추진과 코로나19로 얻게 된 교훈을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에 공감소비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부활주일 감사헌금을 상품권으로 바꿔 교인들에게 전달하면, 교인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운동이다. 성도들이 참여해 지역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을 돕고 취약계층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다는 점에서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현재 85개 교회가 참여 중이다.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실에서 28일 만난 이재훈 목사는 “교회 성도 전체가 참여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도들은 각 지역 전통시장을 이용해 물품을 구입할 것”이라며 “수혜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먼저 조사한 다음 전달할 예정이다. 경제를 살리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누리교회가 진행하는 공감소비운동을 소개해 달라.

“교회는 다락방(구역 공동체 단위)별로 사역 대상을 정해 평소에도 다양한 섬김 활동을 해왔다. 공감소비운동에선 각 다락방과 연결된 사역 대상으로부터 필요를 파악해 리스트를 만든다. 이후 다락방에 속한 성도들이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해 물품을 구입해서 전달한다. 교회는 다락방 당 50만원씩 상품권을 지급하는데, 다락방이 추가로 헌금해 보탤 수 있다. 현재 300여개의 다락방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청년부, 차세대, 교회본부 등도 참여한다. 총 3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교회가 일방적으로 물품을 구입해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상자들의 필요에 맞춘 게 인상적이다.

“장로회신학대 생활관 학생들을 위해서는 생필품을 지원한다. 탈북자 학교인 여명학교에는 온라인 실습을 위한 물품을 전달한다. 안산 M센터가 돕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코로나19로 피치 못하게 귀국한 선교사 가정, 연세대 기숙사 내 선교사 자녀 등을 위해서도 지원한다. 교회 협력기관인 CGNTV는 전국 250개 교회를 대상으로 온라인예배가 가능토록 장비를 지원했다. 지난달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와 함께 미자립교회 돕기, 대구·경북 지역 소상공인 지원 등도 했다. 교회 내 다자녀(3자녀) 가구에 태블릿 PC도 각 1대씩 지원해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을 보고 물품을 전달할 때 교회만의 노하우가 있나.

“물품은 다락방이 속한 지역 전통시장이나 온누리상품권이 통용되는 소상공인 매장에서 구입한다. 시장 한 곳을 선택하면 250만~400만원 정도 소비가 촉진될 수 있다. 다락방이 속한 지역에 전통시장이 없으면 다른 지역 시장에서 산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판매하는 상인과 격려와 축복의 대화를 꼭 나누도록 권한다. 물품 구매 전후엔 시장 안에서 식사나 간식으로 교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물품 전달 때는 감염 예방 원칙을 준수하고 선물은 축복카드와 함께 정성스럽게 포장한다. 6월 중순까지 다락방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모아 성도들과 나누려고 한다.”

-온누리교회는 드라이브인 예배를 예배당 예배와 병행하고 있는데.

“드라이브인 예배는 총 10회를 계획해 5월 말까지 진행한다. 예배당 예배(서빙고, 양재)와 영상예배도 병행한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진행 중이다. 설교 때마다 ‘흩어진 예배자로 살아가자’고 강조하는 편이다. 예배당에 모여야 예배가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예배당이며 교회 건물이 성전이 아니라 내가 곧 성전이라는 개념이다. 예배와 교회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영상예배가 예배인지 아닌지로 논쟁할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흩어진 교회로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엄중하게 묻고 있다. 지금은 진정한 예배와 교회, 믿음을 점검하는 시간이며 성찰의 기간이다. 예배당 예배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성도들이 예배당 예배를 경시한다면 최악이다. 게으름이 습관이 되면 망한다. 예배당 예배를 존중하면서도 흩어진 예배자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교회 다니던 신앙에서 교회로 존재하는 신앙으로 가야 한다. 교회에 다니지 말고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목회자 기도 모임인 ‘말씀과 순명’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목회자들이 모여 기도부터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기도하는 가운데 나온 아이디어가 공감소비운동이었다. 지난 총선에서도 한쪽에 힘을 싣기보다는 중심을 잡으려 했다. 설교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모임 자체는 순수한 기도회였다. 기도와 말씀에 집중하니 아이디어가 나왔다. 말씀과 순명의 목표는 목회자들이 기도자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목회자들은 기도보다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반성하며 기도부터 한 것이다. 말씀과 순명에는 리더가 없다. 서로 공감이 돼야 무슨 일이든 실행한다. 코로나19가 준 유익이 많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