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재개발이 부산시의 무책임 행정으로 난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상업업무지구에 생활형 숙박시설을 허가해 주면서 산업물류 중심이던 북항이 일부 부자를 위한 고급아파트단지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동구청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 23일 북항재개발사업지 상업업무지역(D구역) 내 D-3블록에 생활숙박시설 건축을 허가했다.
북항재개발사업은 항만기능이 저하된 북항 재래부두를 국제관문 기능과 친수공간 조성을 통한 해양관광거점으로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다. 지구단위계획상 단독주택 공동주택 등을 지을 수 없다. 레지던스라 불리는 생활형숙박시설은 상업지역에 지을 수 있다.
문제는 레지던스를 건설한 뒤 호별 분양을 하면 부자들의 고급 주거공간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생활숙박시설 규모를 최소화해 북항재개발사업 목적에 부합되도록 협조바란다”고 부산시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D-3블록에 1242실에 달하는 주거시설을 갖춘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건축허가를 또 내줬다. 부산오션파크(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가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시설은 지하 5층, 지상 59층 규모의 레지던스로 건설할 예정이다. 객실 1242호와 함께 판매·문화·집회·업무시설 등 들어설 예정이지만, 숙박시설과 그에 따른 부속 주차장이 전체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아파트와 같다는 것이 동구 측 입장이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공동주택 건립이 불허된 지역인데도 사실상 아파트나 다름없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내줬다”면서 “부산을 상징하는 공간을 일부 부자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또 다른 부동산 기획상품으로 전락시켰다”고 반발했다.
구가 반발하는 이유는 이미 상업지구 나머지 2개 블록에 레지던스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D-1블록의 ‘협성마리나 G7’도 숙박시설이 1028실에 달하고 동원개발 컨소시엄이 사업자인 D-2블록도 같은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동구는 예상했다.
최 동구청장은 “D-1·D-2·D-3블럭에 생활숙박시설이 차례로 들어선다면 4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셈”이라며 “해운대 센텀과 같은 아파트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상업지구와 관련한 개발이익이 지역에 제대로 환원되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법에 따른 조건을 갖춰 신청하면 건설허가를 제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