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베니스·베를린… 세계 20개 영화제 유튜브에 모인다

입력 2020-04-30 04:01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국제영화제가 연이어 취소·연기되는 가운데 20개 영화제가 다음 달 29일부터 유튜브에서 무료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한다. 사진은 무료 영화축제 ‘우리는 하나(We are one)’ 공식 유튜브 채널. 유튜브 캡처

칸 국제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포함한 20개 영화제가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손잡고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 주관단체들이 온라인 무료 영화축제를 연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영화제가 줄줄이 취소·연기된 가운데 세계 영화 애호가들을 끌어모으고, 코로나19 극복 기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서 고안된 프로젝트다.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를 주관하는 트라이베카 엔터프라이즈가 기획한 이번 영화 축제 타이틀은 ‘우리는 하나(위 아 원·We are one)’. 관객들은 동명 유튜브 채널에서 다음 달 29일부터 6월 7일까지 광고 없이 유명 국제영화제들에 출품된 작품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3대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선댄스·토론토·트라이베카·BFI런던·예루살렘·마카오·뭄바이·로카르노·시드니·도쿄 국제영화제 등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영화제마다 고유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선보이는 작품은 장편·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음악·코미디 영화를 폭넓게 아우른다. 상영작을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과 세부 일정은 향후 몇 주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모인 온라인 관객들은 영화를 시청하면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코로나19 구호 기금을 낼 수도 있다. 모인 기금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이끈 제인 로즌솔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 대표는 “영화 팬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전 세계 영화제 기획자와 예술가, 작가가 하나로 뭉쳤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하나’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 개최가 어그러진 국제영화제를 대체하는 성격의 행사는 아니다. 칸 영화제는 5월 개최를 연기한 이후 프랑스 정부 방침에 따라 하반기 개막을 가늠하고 있고, 베니스영화제는 9월 초 정상 개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전 세계 영화제들의 전례 없는 회합을 성사시킨 코로나19 여파는 또 영화계에 통용되던 룰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7일간 극장 상영을 해야 한다’는 출품 자격을 엄격히 고수해온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년만 온라인으로 먼저 상영된 작품에도 출품 자격을 주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영화 개봉 일정이 밀려 해당 규정을 고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에서 먼저 소개된 작품이더라도 출품 시에는 극장 개봉일정을 첨부하도록 했다. 데이비드 루빈 아카데미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규칙에 일시적인 예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일정대로 내년 2월 28일 열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스트리밍 서비스로 먼저 공개된 영화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