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아침 해

입력 2020-04-30 19:55

해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쉬지 않고 서쪽으로 가는 건

그쪽에 하늘의 찜질방이 있기 때문이래

말은 안 하지만
해님도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겠어?

거기 가서 밤새 쉬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우리를 찾아오는 거래

그래서 아침 해는
번쩍번쩍 빛이 나는 거래

이상국의 ‘땅콩은 방이 두 개다’ 중

태양이 서쪽으로 가는 이유는 그곳에 찜질방이 있기 때문이라는 시인의 발상은 귀엽게 느껴진다. 시는 시인 이상국(74)의 동시집 ‘땅콩은 방이 두 개다’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데, ‘아침 해’ 외에도 시집에서는 아름다운 동심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에게 선물하는 좋을 법한 책이라고나 할까. 시인은 “누가 뭐라든 어려움 속에서도 가슴에 돌멩이처럼 단단한 희망을 품고 그길로 나아가는 친구들에게 이 동시집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