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의 포교 수법] 불교 신자 상대 가짜 승려 내세워 ‘복치기’

입력 2020-04-30 00:07 수정 2020-05-01 13:31

부산에 살던 정희원(가명)씨는 2016년 직장에서 발령받아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 이사하게 됐다. 사람도 사귀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역 내 대형마트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떡·케이크 만들기 강좌를 수강했다. 이곳에 두 명의 신천지 신도가 포진돼 있다는 건 신천지에 빠진 뒤에야 알았다.

두 명의 신천지 신도는 각각 인도자와 잎사귀 역할을 하는 우형순(가명)씨와 이솔향(가명)씨였다. 이들과 감자탕 집에서 밥을 먹기로 한 날, 신천지 신도들은 “친구가 근처에 있는데 같이 합석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어 “괜찮다”고 하자 합석한 사람은 신천지 신도 김사라(가명)씨였다. 김씨는 소위 단계향상자(단향자·소개받은 피전도자를 상대로 신천지 성경공부까지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우씨와 이씨는 희원씨 앞에서 단향자 김씨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이들을 모두 명문대에 보내는 등 아이를 정말 잘 키운 표본이라며 그를 띄워줬다. 희원씨가 그 방법이 뭔지 궁금해하자 김씨는 “내가 이렇게 아이들을 잘 키운 것은 멘토를 잘 만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희원씨는 자신도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이 명문대에 다닌다는 김씨가 멘토라 부르는 사람까지 만났다. 멘토 강청하(가명)씨는 희원씨에게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엄마가 먼저 잘돼야 한다”며 “엄마가 잘되려면 기준이 바로 서야 하는데 그것을 도와주는 게 성경이다”면서 ‘성경공부’를 강조했다.

희원씨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신천지 교리 교육인지도 모른 채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2017년 초부터 주 3회 성경공부를 한 것은 물론 문화센터에서 만난 신천지 신도를 비롯해 멘토까지 모두 신천지 신도들로 구성된 이들과 교제하기 시작했다. 성경공부는 재미도 있었지만 부담스러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희원씨가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는 데 있었다. 희원씨는 “불교 신자인 저랑 성경공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게다가 부산에 일이 있어서 곧 내려가야 해요”라며 중단할 의사를 밝혔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밥이나 먹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식당을 찾은 희원씨를 상대로 상상도 못할 모략을 펼쳤다. 법복을 차려입은 두 명의 승려가 나온 것이다. 그들은 단주를 돌리면서 “여기 식당 자리가 참 좋네”라며 옆자리에 앉더니 대번에 희원씨를 향해 “이동 수(운세)가 있으니 집을 3일 이상 비우면 안 된다. 그러면 집에 나쁜 기운이 들어온다”며 공포감을 줬다. 그들은 “당신 아이들이 대단한 인재가 될 것이다”며 “그건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당신에게 다가온 귀인들을 놓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명의 신천지 신도가 승려 복장을 하고 ‘복치기’(복술과 사기치기)를 한 것이다. 잎사귀, 인도자, 단향자 모두 사전에 계획한 사기였다는 것을 불교 신자인 희원씨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결국, 복치기에 마음이 흔들린 희원씨는 다시 성경공부에 집중하게 됐고 센터(신천지 신학원)를 수료한 뒤 신천지에 입교까지 하게 된다.

신천지에 깊게 빠진 희원씨는 남편이 이단 상담소에 가보라고 권유하자 2개월간 가출까지 했다. 가출하는 희원씨를 붙잡으려다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가출한 2개월간 희원씨가 신천지에서 한 일은 매일 아침 7시부터 자정까지 계속되는 전도 활동, 교리 교육, 스피치 훈련이었다.

견딜 수 없어서 자녀와 남편이 있는 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 신천지 측은 “강제 개종되면 모든 가족이 다 지옥으로 간다. 지금 참고 견디면 나중에 하나님께서 다 회복시켜 주실 것”이라며 가출을 합리화하도록 교육했다. 2개월의 가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자 신천지 측에서는 남편의 기운을 눌러야 한다며 성관계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했다. 성관계 시의 자세, 성관계 여부까지 보고토록 했다는 게 희원씨의 주장이다.

희원씨는 끔찍할 만큼 자유를 속박당하는 생활을 하다 남편의 도움으로 3년에 걸친 지옥 같은 신천지 생활을 마감할 수 있었다. 희원씨는 속임수를 이용해 종교선택권의 자유를 침해하고, 온갖 거짓말로 지시에 불복종할 경우 지옥에 간다는 공포감을 심어 줬으며, 가출을 종용해 가정이 붕괴할 위기를 초래한 점, 2개월 동안 사실상 감금한 채 교리교육을 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고 성적 사생활과 인격권을 침해한 점을 이유로 신천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윤석(한국교회이단정보리소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