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28일 갑론을박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지만 비대위 출범 자체가 불투명한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향후 시나리오는 사실상 비대위원장 수락 거부 의사를 밝힌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끝까지 설득하거나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누가 통합당의 새로운 리더를 맡더라도 향후 당 쇄신은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본인의 임기를 늘리는 당헌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 측은 “4개월짜리에다 표결까지 부쳐서 만든 비대위원장 자리에는 갈 생각이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차기 대선(2022년 3월)을 1년 앞둔 시점인 내년 3월까지는 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 안팎에선 ‘4개월짜리 비대위’가 일부 중진 의원들이 물밑에서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전까지 임기를 보장받으면 잠재적인 대권·당권 주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이 미리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조경태 김태흠 의원과 조해진 당선인 등은 비대위 체제에 앞장서서 반대해 왔다. 조 당선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킨 건 중진 의원 몇몇일지 몰라도 결과는 다수 당선인의 의견과 일치했다”며 “당선인 총회의 공개 발언에서도 당헌 변경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당선인 총회가 전권을 갖고 비대위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21대 국회 통합당 당선인 84명 중 78명이 참석한 당선인 총회에선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당헌 개정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는 정원 45명 중 17명만 참석해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이후 열린 전국위원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대립했다.
다만 당내에선 삼고초려를 해서 설득할 경우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밤늦게 김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아간 심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왔다”며 “(비대위원장직을) 안 받아주면 지도부가 사퇴하고 끝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택 앞에서 20여분간 김 전 위원장을 기다리다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김 전 위원장이 ‘셀프 임기 연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당선인 전원이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을 요청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을 만난 후 “김 전 위원장이 거절 또는 거절하지 않는 의사 표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비대위 전환 결정은 4년 전 20대 총선 참패 이후의 전철을 밟은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총선 참패 후 김용태 혁신위원장 체제를 띄우려 했지만 친박근혜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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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 김이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