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삼고초려… “넉달 임기 못받는다”는 김종인 마음 돌릴까

입력 2020-04-29 04:01
김종인(오른쪽)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8일 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아온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심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아 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28일 갑론을박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지만 비대위 출범 자체가 불투명한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향후 시나리오는 사실상 비대위원장 수락 거부 의사를 밝힌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끝까지 설득하거나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누가 통합당의 새로운 리더를 맡더라도 향후 당 쇄신은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본인의 임기를 늘리는 당헌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 측은 “4개월짜리에다 표결까지 부쳐서 만든 비대위원장 자리에는 갈 생각이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차기 대선(2022년 3월)을 1년 앞둔 시점인 내년 3월까지는 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 안팎에선 ‘4개월짜리 비대위’가 일부 중진 의원들이 물밑에서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전까지 임기를 보장받으면 잠재적인 대권·당권 주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이 미리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조경태 김태흠 의원과 조해진 당선인 등은 비대위 체제에 앞장서서 반대해 왔다. 조 당선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킨 건 중진 의원 몇몇일지 몰라도 결과는 다수 당선인의 의견과 일치했다”며 “당선인 총회의 공개 발언에서도 당헌 변경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당선인 총회가 전권을 갖고 비대위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21대 국회 통합당 당선인 84명 중 78명이 참석한 당선인 총회에선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당헌 개정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는 정원 45명 중 17명만 참석해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이후 열린 전국위원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대립했다.

다만 당내에선 삼고초려를 해서 설득할 경우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밤늦게 김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아간 심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왔다”며 “(비대위원장직을) 안 받아주면 지도부가 사퇴하고 끝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택 앞에서 20여분간 김 전 위원장을 기다리다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김 전 위원장이 ‘셀프 임기 연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당선인 전원이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을 요청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을 만난 후 “김 전 위원장이 거절 또는 거절하지 않는 의사 표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비대위 전환 결정은 4년 전 20대 총선 참패 이후의 전철을 밟은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총선 참패 후 김용태 혁신위원장 체제를 띄우려 했지만 친박근혜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심희정 김이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