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2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원장 임기를 늘리기 위한 당헌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4·15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은 통합당은 당분간 혼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위 전환 여부를 놓고 지리멸렬한 내분 양상을 보여 쇄신 기회마저 스스로 걷어찬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합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비대위 전환 여부를 확정하기 위한 전국위원회를 열었다. 재적위원 639명 중 323명이 참석해 찬성 177명, 반대 80명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 측은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4개월짜리 자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차르’(러시아 절대군주)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기주장이 강한 김 전 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비대위원장에 오르는 모양새를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위에 앞서 열릴 예정이던 상임전국위원회는 정원의 과반에 못 미치는 인원이 참석해 열리지 못했다. 당초 통합당 지도부는 상임전국위에서 ‘차기 전당대회는 2020년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는 당헌의 부칙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었다. ‘비대위를 둘 경우 이 규정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해 비대위원장 임기를 보장하려고 했지만 불발된 것이다.
당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이 결국엔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선인 전원이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연판장을 돌려 설득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날 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아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해 달라고 읍소했다. 심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