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해 7월 25일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에 망설임 없이 대응하겠다”는 일성과 함께 취임했다. 울산지검이 본격적으로 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지 2개월가량 된 시점이었다. 그때 울산지검은 청와대가 경찰에 내려보낸 첩보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다. 경찰이 청와대에 수사 상황을 여러 차례 보고한 사실은 이후 경찰청의 공문 답변으로 드러났다.
윤 총장은 지난해 11월 울산지검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토록 결정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사건 관계인 다수가 서울에 있다는 것이었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이던 그가 사안의 중대성을 감지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던 취임사도 괜히 쓰인 게 아니었다는 관측이 뒤늦게 이어졌다.
윤 총장은 이후 주변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민적 관심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사건에 쏠려 있었지만 윤 총장의 이목은 그보다 울산 사건에 집중돼 있었다. 그는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의 기소를 결정했다. 그 다음 달에는 “선거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는 얘기도 했다.
그는 평소 수사를 ‘고름을 짜내는 일’에 비유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한 대가는 작지 않았다. 그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지난 1월 두 차례의 검사 인사 이후 법조계에서는 “‘총장이 내 자리를 보전해주지 못하는구나’ 하는 신호가 리더십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그가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윤 총장은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을 향한 공격은 가족과 측근에게로 번졌다. 그는 총선 당일 예정에 없던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고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란 참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요즘은 주변에 “총장 때문에 고생이 많다”며 자조 섞인 말도 건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창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