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닉네임 ‘이기야’는 육군 일병 이원호(19·구속·사진)씨로 28일 드러났다.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 수사 과정에서 신상이 공개된 것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 기소), ‘부따’ 강훈(19·구속)씨에 이어 세 번째다.
육군은 이날 성폭력범죄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에 근거해 이씨의 실명, 나이, 사진 등 신상을 전격 공개했다. 위원회는 “이 일병은 박사방 참여자를 모집하고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위원회는 신상 공개로 이 일병과 그 가족의 인권이 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 효과 치원에서 신상 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위원회는 육군본부 고등검찰부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외부위원 4명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됐다. 군이 피의자 신상 공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일병은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이다. 그는 앞서 조씨의 변호인이 밝힌 박사방 공동운영자 3명 중 1명인 닉네임 ‘이기야’로 알려졌었다. 이 일병은 지난 6일 군사경찰에 구속된 뒤 군 검찰에 송치돼 계속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일병은 행정법원에 신상 공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신상 공개결정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법원은 지난 16일 강훈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n번방 사건 핵심 인물인 닉네임 ‘갓갓’ 등 공범들을 상대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원은 이미 기소된 공범들의 관련 사건들을 병합해 심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