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국내 1분기 경제에 준 타격이 파도였다면 2분기 타격은 파고 10m 이상의 해일에 가까울 것이다.” 한 국내 경제 전문가는 2분기 경제 전망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최근 국내 감염자 수가 줄어들면서 여행산업 등 내수 소비가 바닥을 딛고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지만 산업계는 웃을 수 없다. 해외 주요국에 감염병이 확산된 게 지난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수출 타격은 2분기(4~6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 이른바 ‘중후장대’ 수출업종은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 효과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따라서 수출 타격이 본격화될 경우 다수 국민이 실직 위기를 겪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조금이나마 회복됐던 내수 소비가 다시 얼어붙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면서 내수시장 확대 등 수출 타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자동차 업계의 수출 타격은 이미 1분기 실적에도 일부분 반영됐다. 국내 대표 철강사 포스코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7053억원)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1.4% 줄어들었고, 현대제철은 -29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포스코는 “미국와 유럽 시장이 전체 물량의 10%를 차지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판매가 급감한 영향”이라며 “인도에서도 판매 타격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48.9% 감소한 8187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전망은 더욱 어둡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매출액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동향조사(BSI)를 조사한 결과 수출 전망은 65로 집계됐다. BSI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연구원은 “주요 해외 공장의 셧다운에 따른 생산 차질과 주요 수출국인 미국, 일본,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도 잇따라 연간 생산량을 낮추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판매량 목표치를 기존 3500만t에서 3240만t으로, 조강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3670만t에서 3410만t으로 각각 낮췄다.
제조업은 생산량이 한 번 크게 타격을 받으면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2분기 타격은 규모에 따라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규모 설비를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 특성상 생산량을 줄여도 기계관리비, 인력비 등 고정비용이 그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출 타격이 10일 경우 영업이익은 50~60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 -1.2%로 낮춘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철강·자동차 업계의 타격은 대량 실업 위기로 이어진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완성차 및 부품업 등 직접 산업을 포함해 여객, 수리업 등 전후방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178만명에 달한다. 지난 1분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정부 도움을 받았던 항공업계의 직간접 종사자는 60여만명이다. 1분기에 겪었던 실직 위기보다 2, 3배가 짙어진 ‘실직 공포감’이 2분기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때 -6%까지 떨어졌던 내수 소비가 2분기에 조금 오르더라도 수출산업이 흔들리면 도루묵이 된다”며 “고용 규모를 봤을 때 수출산업의 타격은 항공업 등 위기가 먼저 시작된 업종의 여파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해외 수출물량을 내수시장으로 돌리는 등 생산량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코는 내수시장 물량 확대와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비한 재고 비축 등으로 실적을 방어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자동차산업연합회도 자동차 취득세 감면 등 내수 진작 정책을 정부에 건의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해외 수요가 타격받는 동안 내수시장으로라도 버틸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차원”이라며 “공공에서 사용하는 차량 구매량이나 전기·수소차 구매 보조금도 하반기 물량을 상반기에 당겨 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늦기 전에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중소 규모의 납품업체는 이미 완성차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며 “중소 납품업체가 무너지면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생겨 수십개의 다른 업체들까지 ‘도미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40조원의 기간산업지원기금을 만들었지만 실제 지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분기엔 국내 감염 완화로 내수 소비가 다소 상향될 텐데 이때의 상향폭과 수출의 하락폭이 얼마나 차이 나느냐에 따라 향후 경제 전망이 갈릴 것”이라며 “정부는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한 금융지원이나 내수진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