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코로나 한파… 부도 공포에 자금난까지 기업들 ‘비명’

입력 2020-04-29 04:15

지난해 국내 기업들 가운데 신용등급이 올라간 회사보다 내려간 회사가 더 많은 마이너스(-)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등급 보유 기업 중에 7곳이 부도를 내면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부도율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 악화와 자금난이 심화된 올해에는 기업들의 부도율이 더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평가회사 3사가 신용등급을 낮춘 기업은 총 54곳으로 신용등급을 올린 기업(37곳)보다 17곳 많았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을 균점하고 있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3사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 1095곳(2019년 초 기준)을 분석한 결과다. 신용등급이 내려간 기업은 전년 대비 17곳 늘어난 반면 등급이 오른 기업은 7곳 줄어들었다. 2018년에는 등급이 오른 기업이 내린 기업보다 더 많았었다.

신용평가 3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등급 전망을 부여한 120곳(안정적 제외) 가운데 ‘부정적’ 전망을 받은 기업은 78곳(65%)에 달한다. 2018년 말(55.9%)보다 9.1% 포인트 상승한 규모다. ‘긍정적’ 전망을 받은 기업은 42곳(35%)으로 줄어들었다.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 가운데 지난해 부도를 낸 곳은 7곳(10건)으로 2015년(8곳) 이후 가장 많았다. 연간 부도율은 0.91%로 2014년(0.8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도를 낸 7곳은 모두 ‘투기 등급’ 기업들이었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여건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악화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 최근 경제 상황에 비춰 볼 때 올해 신용등급 하락 및 부도율이 급속하게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용평가 시장을 더욱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는 15조6463억원으로 전월 대비 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2조6000억원으로 2월보다 60%가량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주식 발행액은 4692억원으로 전월보다 96.8% 늘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320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며 전체 주식 발행 규모가 늘었을 뿐 기업공개(IPO)는 코로나 여파로 1032억원(5건)에 그치며 전월 대비 349억원(25.3%) 감소했다.

관건은 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의 효과다. 정부는 40조원 가운데 20조원을 저신용등급 기업 등을 지원하는 데 쓴다는 계획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는 대책은 다 나온 셈”이라며 “축소세로 전환된 초우량등급에 이어 상위등급 회사채, 여신전문금융채권에도 온기가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