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사령탑으로 전시 극복” 홍남기에 힘 실어준 文 대통령

입력 2020-04-29 04:03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전 분야, 전 영역에서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경제 중대본(중앙대책본부)으로 모든 부처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혼연일체가 돼 위기 극복의 전면에 나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당정 협의 과정에서 사의설까지 돌았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홍 부총리 중심의 경제 중대본 가동을 지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1분기에 비해서도 더 안 좋은 흐름이 예상된다”며 “세계 경제의 깊은 침체 속에서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른 시일 내에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를 ‘사령탑’으로 지목하면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재난지원금 지급, 내수 진작 등에서의 속도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을 끌수록 피해가 커지고 국민과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들부터 집행에 속도를 더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내수 반등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3차 추경에 담길 것이지만, 그 이전에도 지금부터 곧바로 시행할 것은 시행하고 준비할 것은 준비해 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발맞춰 3차 추경 논의도 본격화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차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세출 구조조정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광범위하게 해서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도 예결위에서 “3차 추경은 고용 충격 대책이나 금융 대책, 경기 뒷받침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 것 같다”며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 세출 구조조정을 더 하려고 하지만, 규모가 커지는 부분은 대부분 적자 국채로 충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예결위에선 홍 부총리가 재난지원금의 ‘소득 하위 70% 지급’을 고수하다 여당의 ‘100% 지급’을 받아들인 것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잘한 결정”이라고 칭찬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사표’와 ‘해임’까지 거론했다.

무소속 권성동 의원은 “100% 지급에 반대했던 홍 부총리의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더 높이 평가하려면 사표를 던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홍 부총리가 쿠데타를 했느냐, 역적모의를 했느냐”고 반문하며 “옳은 이야기를 했는데 정치적 과정에서 왜곡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줘야 한다는 게 문재인정부의 경제 철학과 비전이면 홍 부총리를 해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