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례 후보 의혹 알고도 공천 강행한 여권

입력 2020-04-29 04:03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28일 양정숙 국회의원 당선인의 당적을 박탈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 당선인은 총선 전부터 재산 증식 과정에서 가족 명의 도용, 세금 탈루 등의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뒤늦게 이런 방침을 정한 것이다. 시민당은 총선 전에 자진 사퇴를 권유했으나 본인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의혹을 알고도 방치해 늑장 대처한 셈이 됐다. 이 결과 양 당선인은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총선 2주 만에 이런 꼴불견이 빚어진 데에는 양 당선인을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한 여당의 잘못이 크다. 양 당선인은 후보 등록 때 이미 재산 형성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이는 4년 전 낙선했던 20대 총선 후보 등록 때보다 43억원 급증한 것이다. 재산이 급증한 것도 이상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양 당선인이 그동안 여권이 강하게 비판해온 수도권 다주택자란 점이다. 그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아파트 3채,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부천에 복합건물 2채 등 총 5채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부동산 신고액은 62억원이지만 시세는 100억원에 가깝다.

앞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에 여당 후보자들은 재산 증식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거주 목적 외 주택은 처분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도 비슷한 때 직원들에게 1채를 뺀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그런 방침이라면 공천 때 이미 다주택자이자 재산 형성 과정도 불투명한 양 당선인을 배제했어야 옳다. ‘꼼수 비례정당’을 만들어 후보 심사를 단 하루 만에 끝내더니 결국 이런 졸속·부실 검증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여권은 양 당선인을 단순히 제명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본인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 본회의 제명을 통한 의원직 박탈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무리한 공천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 없었는지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