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하향조정을 요청한 의견제출 건수가 3만5000여건에 달했다. 하지만 하향조정이 이뤄진 건수는 785건(2.2%)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여건이 나빠진 데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마저 커지면서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이의신청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1383만 가구의 공시가격에 대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소유자 열람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쳤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제출한 건수는 총 3만7410건으로 2007년(5만633건)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년의 22배에 달하는 의견제출(2만8735건)이 이뤄졌던 것보다 더 많았다.
특히 올해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요구는 3만5286건(94.3%)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강남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격 하향조정 요구가 쏟아졌다. 이 중 집단민원 건수는 2만5327건으로 지난해(1만5438건)에 비해 약 64%나 급증했다. 올해 가격 하향 의견은 주로 9억원 이상 공동주택(2만7778건)에서 제출됐다. 국토부는 “올해 들어 집값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은 크게 올라 보유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9억원 이상 주택(66만3000가구·4.8%)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1.12%로 9억원 미만(1317만 가구·95.2%)의 공시가격 상승률(1.96%)에 비해 크게 높았다.
다만 국토부는 접수된 전체 의견 중 약 2.4%인 915건(상향 130건, 하향 785건)만 조정키로 결정했다. 의견 수용률은 지난해(21.5%)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공시가격이 내려간 주택 중에서도 78%는 시세 9억원 미만이었다. 결국 부유층의 하향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국토부는 “전체 공동주택의 약 0.2%인 2만8447가구의 공시가격을 조정했다. 정부가 기존에 밝혔던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따랐던 터라 의견 수용률도 대폭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의견제출이 사실상 묵살되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의신청이 폭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다음 달 29일까지 열람 및 이의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이의 신청 내용에 따라 재조사를 한 뒤 6월 26일에 공시가격을 최종 통보한다.
한편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5.9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열람안에 비해 공시가격 증가율은 0.01% 포인트 줄었다. 전국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69.0%로 전년 대비 0.9% 포인트 상승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