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빛난 지자체의 힘!… 선제적 방역·신속 재난지원

입력 2020-04-29 04:07

진정 국면에 돌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감춰졌던 한국식 지방자치의 강점을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유감없이 드러냈다. 사태의 중요 고비마다 선제적 조치를 취한 지자체들이 중앙정부를 선도했다는 평가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이번 사태처럼 전면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민·관 협력을 이뤄내는지 구체적인 방법도 지자체들이 제시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양성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하루에 수백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는 급속도로 확산됐다. 의료체계가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이때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를 단행했다.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를 통해 치명적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다. 대구시는 또 병원에만 입원하던 확진자를 경증과 중증으로 나누는 생활치료센터·전담병원 시스템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중앙정부의 확진자 치료·관리 지침을 완전히 바꾸게 하며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은 조치였다.

수도권 2차 감염 확산이 우려되던 지난 2월 25일 경기도는 과천의 신천지 총회본부에 대한 강제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재명 지사는 당시 페이스북에 “군사작전에 준하는 방역을 하지 않으면 ‘제2의 대구 신천지 사태’가 경기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선언했다. 경기도는 신천지 시설 즉각 폐쇄와 함께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다. 서울시도 신천지 시설을 폐쇄하고 법인 등록을 취소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의 신천지발 집단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3월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급속도로 증가했을 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잠시 멈춤’ 캠페인을 벌였다.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이다. 그러자 중앙정부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도시 봉쇄와 건물 폐쇄, 상업 및 다중이용시설 폐쇄 등 강제적인 조치 없이도 한국이 효과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조기 실시 덕분이란 평가다.

방역뿐 아니라 생계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는 데도 지자체들이 앞장섰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3월 8일 재난기본소득을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자고 정부에 처음 건의했고, 이 지사와 박 시장이 공감했다. 현재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자체들은 신속하게 자체 예산으로 일부를 집행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방행정연구원 고경훈 연구위원은 “지자체는 최일선에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지역민을 중앙정부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도 지자체가 한발 앞서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했기 때문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그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과거엔 중앙정부가 검사하고 판정했지만 지금은 권한이 시·도로 이양돼 있다. 이것이 이번 사태 초동 대처를 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지자체의 재발견]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