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가파르게 하락하며 금융위기 이후 11년4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업 및 휴업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감인 임금수준전망은 2013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달보다 7.6포인트 떨어진 70.8로 2008년 12월(67.7) 이후 가장 낮았다고 28일 밝혔다. 코로나19가 소비자 심리에 미치는 충격이 금융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지난 2월과 3월 각각 7.3포인트, 18.5포인트 떨어진 데 이어 이달까지 수직 하락하면서 3개월간 33.4포인트가 빠졌다. 금융위기 여파로 3개월 연속 지수가 하락했던 2008년 10~12월의 낙폭(22.9포인트)보다 크다. 지난달 낙폭은 2008년 7월 이후 최대 급락이었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표 모두 3개월 내리 하락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뒤를 판단하는 생활형편전망(79) 가계수입전망(83) 향후경기전망(59), 현재를 6개월 전과 비교하는 현재경기판단(31)은 각각 전달보다 3~7포인트 떨어졌다.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지출전망은 93에서 87로 물러서며 2008년 7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1년 뒤를 예상하는 임금수준전망은 7포인트 내린 102로 조사를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7년3개월 만의 최저다. 임금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경기 부진과 고용불안 등이 임금 상승 기대를 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기회전망(58) 현재가계저축(84) 가계저축전망(87)은 모두 3~6포인트씩 떨어지며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주택가격전망(96)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정부의 규제 정책 등으로 집값 하락 전망이 커지면서 16포인트 떨어졌다. 2013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2017년 8월 같은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물가인식(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은 전달과 같은 1.8%로 9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이어갔다.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도 3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