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제기 이후에도 공범 사건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수사에 소요되는 대략의 시간은 2개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4·15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재개한 선거개입 사건 수사가 앞으로 2개월쯤 후 마무리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사건 기록의 열람·등사를 유예해온 이유가 공범 수사에서의 보안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의 사건 기록 열람에 ‘장애’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으로 제시한 것이 2~3개월이었다.
법정에서 공개된 검찰의 데드라인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대형 수사를 펼치는 검찰은 그간 진실 규명 과정에 정해둔 기간이나 범위가 없음을 강조하곤 했다. ‘수사는 생물’이라는 비유도 흔하다. 이런 검찰이 수사 소요시간을 미리 말하자 법조계에서는 “수사 범위가 이미 결정돼 있다는 뜻”이라는 말이 나왔다. 총선 결과 여권에 힘이 실리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팀의 입지가 좁아들 것이라는 해석도 많던 터였다.
‘2개월’ 발언을 두고 더욱 무게가 실리는 해석은 “울산 사건을 수사할 다음 팀은 없다는 공언”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를 주축으로 한 수사팀이 어떻게든 사건 수사를 마무리짓고 공소유지 과정으로 넘어간다는 선언이라는 얘기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무거운 과제를 다음 수사팀에 넘기는 것은 검찰에 금기와도 같다”고 했다. 오는 7월 검사 인사가 예정돼 있다는 관측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고검장 인사를 동반한 큰 폭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공안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이들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비견하곤 한다. 국가기관의 개입 대상이 대선이냐 지방선거냐 하는 차이는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이 더욱 엄중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실제 효과를 계량화하기 어려운 댓글과 달리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을 동원해 상대방을 낙선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하다”고 말했다. 실제 울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두고 벌어진 일을 과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에 빗대는 시각도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었다.
국가기관은 물론 여권 실세들을 상대로 한 수사는 진통이 없을 수 없었다. 사태 초기 경찰은 사활을 걸고 ‘하명수사’ 의혹을 부정했다. 청와대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거부했다. 법무부는 직권남용 논란을 무릅쓰고 참여정부 이후 줄곧 국회에 제출하던 공소장을 비공개하기 시작했다.
2개월이라는 데드라인은 이처럼 어려운 수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폭탄 돌리기를 하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팀은 지난 1월 검찰 인사 당시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록을 정리하고 인수인계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수사2부는 유임됐지만 차출됐던 공공수사1부, 공공수사3부 인력들은 대부분 인사 명령을 받았다. 아예 검찰을 떠난 이도 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수사가 이뤄진 대목, 향후 수사가 필요한 대목을 기록해두려 애썼다고 한다. 누가 사건을 가져가든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기록을 만들어둬야 한다는 자세였다. “수사는 이미 궤도에 올랐다”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검사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던 건 이 때문이다. 이 결과 13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주요 피고인들은 검찰 수사와 공천을 함께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2명은 국회의원 당선인이 돼 있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 판단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만일 이들이 기소될 경우 공소장에 ‘윗선’이 더 드러날 것인지도 관심이었지만 2개월의 데드라인이 제시된 만큼 당장은 더 큰 수사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언젠가 다시 짚어볼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