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추인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격렬한 진통을 겪었다. 3선 당선인들의 요구로 28일 전국위보다 먼저 열리게 된 당선인 총회가 김종인 비대위 출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는 김종인 비대위가 부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합당은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한 전국위를 28일 연다. 전국위에서 과반 출석에 과반이 찬성하면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게 된다. 당초 전국위 다음 날(29일) 당선인 총회가 열릴 계획이었으나 3선 당선인들의 강력한 요구로 28일 전국위에 앞서 당선인 총회가 열리게 됐다.
3선 당선인 11명은 27일 모임을 갖고 향후 지도체제에 대해 논의했다. 박덕흠 의원은 모임 직후 브리핑에서 “당선인 총회에서 당 개혁 방향에 대해 총의를 모은 후 이를 바탕으로 지도체제가 정해져야 한다”며 “당선인 총회를 먼저 개최한 후에 전국위를 열 것을 지도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선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자리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선 및 4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같은 입장을 지도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총회에선 지도체제를 놓고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
3선 당선인 모임에 참석했던 김태흠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해도 후유증을 안고 가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진 당선인도 “(김종인 비대위 출범 후에도) 분란이나 분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걱정”이라며 “어두운 터널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부결 전망도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비대위 안건은 부결될 것 같다. 확률은 반반이지만 이 비대위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도 “독선적인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비토가 만만치 않다”며 “거부감이 상당해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당원들도 기자회견에서 “(김 전 위원장은) 기억이 쇠퇴해 총선 내내 통합당 당명조차 기억을 못하고 민주통합당을 여러 차례 지칭했다”며 “근대 정당정치의 걸림돌이 됐던 ‘40대 기수론’에다 지도체제를 젊은이들로만 구성하겠다는 공허한 인기몰이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소수이긴 하지만 전국위 정족수를 못 채우게 만들어 의결 자체를 무산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당선인 총회와 전국위를 통해 김종인 비대위를 바로 출범시키는 게 당을 살리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