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저신다 아던(사진) 뉴질랜드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수도 웰링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더 이상 확인되지 않은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은 없다”며 “두 달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방식으로 일하고 생활해 왔지만 우리는 결국 해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꼽히는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8일간 매일 10명 미만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 1명으로 집계됐다. 애슐리 블룸필드 뉴질랜드 보건부 사무총장은 “지역사회 감염이 제거됐다는 말이 신규 확진자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도 “우리 보건 당국은 신규 확진 사례들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482만명인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이날 기준 1469명, 사망자는 19명이다.
승리 선언과 함께 지난달 24일부터 뉴질랜드 전역에 적용됐던 ‘4단계’ 이동제한령은 이날 밤 12시를 기점으로 ‘3단계’로 완화된다. 그간 4단계 이동제한령에 따라 대학을 포함한 초·중·고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식료품점·약국·병원 등 일부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사업체의 운영이 중단돼 왔다.
제한 단계가 완화됨에 따라 식당과 소매업체 등의 운영이 일부 재개된다. 기업체도 철저한 코로나19 방역 계획을 세웠을 경우 현장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약 100만명의 뉴질랜드 시민들이 28일 일터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집에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거나 부모가 직장으로 복귀해야 하는 10세 이하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집과 학교도 29일부터 문을 연다.
아던 총리는 다만 “(이번 조치로)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뉴질랜드가 팬데믹 속에서 최악을 면했지만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계속 이어나가야만 한다”며 “성공을 위해 마지막 남은, 몇 안 되는 확진 사례까지 소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단계 이동제한령은 다음 달 11일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아던 총리는 2017년 10월 35세의 나이로 총리직에 오른 젊은 여성 지도자다. 그는 팬데믹 이후 단호하지만 따뜻한 리더십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사태 초기부터 중국발 여행자들의 입국을 막았고 코로나19가 유럽에서 확산되자 신속하게 국경을 통제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섬나라 뉴질랜드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던 총리는 특히 명확한 자택 격리 지침으로 국민 혼란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코로나19 대처방안과 생활수칙 등도 발빠르게 공유했다. 정기 브리핑 외에도 수시로 자택에서 페이스북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미국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일찌감치 아던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차이잉원 대만 총통 등 여성 지도자 3인방이 이성적인 대처와 결단력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통제했다고 평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