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 없는 위기…‘K방역’ 넘는 ‘K경제’ 필요

입력 2020-04-28 04:00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저성장, 저물가, 생산성 저하 등을 겪으며 체력이 고갈된 한국 경제는 지금 “경험하지 못한 침체가 우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될 정도로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경기 부진과 회복 시기에 관성처럼 나온 천편일률적 대책은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재택과 온라인 활용 등 비대면 산업 육성, 과감한 규제 완화, 내수와 수출의 균형 등 아예 한국 경제의 틀을 재설계하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변하는 노동시장의 변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국민일보는 한국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아갈 길을 4회에 걸쳐 제시한다.

코로나19 이전 이미 한국은 침체의 전조를 보여 왔다. 일본이 1990년대 ‘잃어버린 20년’ 진입 전에 보여준 성장률 및 생산성 저하 등 거시 지표가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과 유사하다. 1997년 7.1%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은 2019년 2.7%까지 추락했고, 같은 기간 실질성장률은 6.2%에서 2.0%로 하락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0.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2008년 5.2%에서 지난해 -0.1%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한국 경제는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이미 고용시장은 지난달 일시휴직·구직포기자만 역대급인 약 163만명 폭증하며 대량 실업이 우려되고 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한국은 장기 침체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더 악화될 것”이라며 “재정·통화정책 변화, 수출 주도형 경제 보완, 신산업 육성 등 정책 재설계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당장 정부는 국가채무나 증세 등을 포함해 재정 지출과 세입 구조를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업계 차원에서는 글로벌 경제 분업체제에 안주해온 제조업 유통 방식의 수술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앞에 한계를 드러낸 전통적인 ‘글로벌 밸류 체인’ 구조에 얽매이기보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 분야로 수출·내수 활로를 뚫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코로나19가 불러낸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노동 형태도 우리 앞에 다가온 고민거리다. 고용시장은 민간 침체로 경제 허리인 30, 40대의 일자리가 줄고 고령층 재정 일자리만 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은 전체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며, ‘플랫폼 노동자’ 등은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단기적으로 대량 실업 사태를 막는 고용 안전망 확대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큰 정책 방향을 빨리 세우지 않으면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 틀을 바꿔라]



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