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의 서남민족대학 소수민족문학과 졸업생인 취비 샤오린(23·여)은 공무원이 되려고 학원에 등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취업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대학원 시험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금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며 “공무원 시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300명이 넘는 우리 과에서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은 몇 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영화학과 졸업반인 자오시민은 중국의 영화산업에 취업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자오는 “영화 편집이나 수입 분야 업체들에 20개 이상 이력서를 보냈지만 단 한 곳에서도 답장을 받지 못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영화산업의 타격이 특히 커 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중국의 고용시장은 사회 불안에 직면해 있나’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졸자들의 취업난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올해 취업시장으로 나오는 신규 대졸자는 874만명으로 2015년 749만명에 비해 126만명 늘었다. 30만명가량으로 추산되는 해외 유학생 졸업자와 전년도 미취업자까지 포함하면 취업준비생이 이스라엘 인구보다 많은 900만명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장기간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최악의 취업난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실업문제가 중국의 핵심적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톈진대 금융경제학과 충이 교수는 “졸업생의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이는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중국 경제의 산업구조 현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기사에서 중국 젊은이들은 공산당이 일자리와 계층 상승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한 “기꺼이 정치적 자유를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고용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신규 졸업자의 취업 가능 일자리는 16.77% 감소한 반면 지원자는 69.82% 증가했다. 또 일자리의 질이 저하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홍콩대 언론학과 졸업자는 “베이징의 회사 두 곳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는데 별로 내키지 않는다”면서도 “내가 관심 있는 직장들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채용을 늦추고 있어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