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은 퇴색된 지 오래다. 두 정상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한 판문점선언 역시 선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판문점선언에 이은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온 국민의 기대를 부풀게 했던 남북 관계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다시 기나긴 겨울잠에 빠졌다.
정부가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 관계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과 남강릉역을 잇는 총 길이 110.9㎞의 동해북부선 건설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부산에서 제진까지 철길로 이어지고, 동해북부선과 연결되는 북측 철도가 정비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중국횡단철도(TCR)와 닿아 유라시아 대륙을 육로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같은 꿈이 현실이 되려면 남북 관계가 화해 국면에 접어들어야 한다. 북한이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동해북부선 건설에 소요되는 2조8520억원의 예산은 헛돈이 될 수 있다.
관건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는 한 우리 정부 단독으로 쓸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우리의 대화 제의를 무시했다.
북측 입장에선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마저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다시 만나봐야 무슨 소용이냐고 여길 법하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까지 북측 희망사항을 들어줄 수는 없다. 북측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해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밝혔듯 코로나19 공동 방역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남북 교류는 북에 득이 되면 됐지 결코 해될 게 없다.
[사설] 북한, 동해북부선 건설·코로나 방역에 응하라
입력 2020-04-2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