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재개하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6월 8일부터 무관중 경기로 일부 구장에서만 리그를 진행한다는 방안이다. 영국 정부는 일반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프로스포츠 재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대량 검사가 가능할지, 정부와 프로스포츠계 간 협의가 잘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현지 일간 더타임즈는 EPL 사무국이 지난 17일 ‘프로젝트 리스타트(Project Restart)’ 검토 사실을 EPL 구단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공개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타임즈는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EPL 구단들의 훈련장 복귀안과 관련해 이번주 중 큰 진전이 있을 예정”이라면서 정부 측 의료전문가와 각 프로스포츠종목 의료관계자 회의가 근 시일 내 열린다고 전했다.
보도된 계획에 따르면 EPL 구단들은 3주 이상 훈련 뒤 6월8일부터 7월 27일까지 무관중으로 잔여 시즌을 치른다. 다음 시즌은 채 한달이 지나지 않은 8월 22일부터 시작된다. 구단과 사무국, 영국 정부는 일단 훈련장 개장부터 논의할 계획이다. 알려진 일정대로라면 선수들은 약 13주 만에 실전 경기를 치른다. EPL 구단들은 실전을 치르기 전 최소 3주 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간 데일리 메일은 이날 EPL 구단들이 소속 선수들에게 통보 48시간 안에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공지를 보낸 상태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영국을 떠나 모국에 돌아가있는 선수들은 영국에 복귀한 뒤 2주 동안 정부 지침에 따라 격리를 거쳐야 한다. 2부리그인 챔피언십은 이미 영국 바깥에 체류 중인 선수들에게 다음달 2일까지 돌아오라고 통보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리그가 재개되더라도 정부 지침을 완전하게 이행할 수 없는 구장은 경기장소에서 제외하는 안이 유력하다. EPL 20개 구단 홈구장 중에서 일부만 사용된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구단이 원정을 떠난다면 형평성을 위해 제3의 중립적인 장소에서 경기를 치르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가 언급한 EPL 무료중계안은 일정이 남은 92경기 중에서 독점중계 계약이 체결된 47경기를 제외한 42경기에 적용이 예상된다.
이번 계획은 그간 흘러나온 방안과 비교해 상세한 편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더타임즈는 EPL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코로나19 검체 검사가 일괄 가능할지 여부가 이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아직 활개치는 영국의 환경 상 검역도 더 철저해야 한다. 영국 내 코로나19 일일확진자 수는 25일 기준 4913명이다. 지난달 31일 처음 3000명을 넘어선 이래 4000~6000명 사이를 넘나들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는 영국 정부가 프로스포츠 재개안을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타임즈에 따르면 최근 영국 정부는 프로스포츠를 재개하는 게 일반 시민들의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완치 뒤 이날 총리 집무실로 3주만에 복귀하면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본격 추진할 것이란 점도 리그 재개에 긍정적인 신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