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거돈 사퇴 일부러 총선 후로 미뤘는지 규명해야

입력 2020-04-28 04:01
성범죄를 저질러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하필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설립했던 법무법인 부산에 사건 관련 공증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부산은 문 대통령이 1995년 설립했다. 전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함께 운영한 합동법률사무소다.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도 이곳 출신이다. 현재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정 변호사는 2018년 지방선거 때 오 전 시장 캠프의 인재영입위원장이기도 했다. 피해자와 접촉해 합의를 시도한 오 전 시장 핵심 측근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라고 한다.

이렇게 특수관계로 얽혀 있으니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 사건을 진작에 알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성범죄 사실 공개와 사퇴를 4·15 총선 이후로 미루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여당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현재로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말 그대로 의혹이고 추측일 뿐이다.

피해 여성도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 사건을 총선 시기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역시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 8일 상담소를 찾아온 피해자가 총선 전에 밝혀 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순차적으로 일을 진행하다보니 총선 이후가 됐다는 설명이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서둘러 성범죄 사실을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 전 시장이 총선 전이 아닌 4월 말까지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공증을 법무법인 부산에서 받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 법무법인 부산, 오 전 시장 측이 피해자를 압박하거나 회유했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 총선 이후 사건 공개와 사퇴를 위해 시간을 끌면서 절차를 진행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오 전 시장 성범죄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범죄였다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를 시장 집무실 내 CCTV도 없는 사적 공간으로 비밀리에 호출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오 전 시장을 제명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나 경찰을 통해 신속히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오 전 시장을 그냥 놔둘 것이 아니라 긴급체포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