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PK 시·도지사 잔혹사… ‘오거돈 보궐선거’ 고심

입력 2020-04-27 04:02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거돈(사진) 전 부산시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PK(부산·울산·경남) 후폭풍’에 직면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까지 터지며 PK 지역의 정치적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지역주의 벽을 허물었던 김 지사, 송 시장, 오 전 시장이 모두 수사·재판을 받게 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PK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26일 “부·울·경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두 재판 또는 수사받는 상황이라 부담이 커졌다”며 “송 시장과 김 지사의 경우 재판 결과가 좋게 나오길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오 전 시장 공백으로 PK 민심을 좌우할 각종 개발사업들도 좌초될 위기에 놓인 게 뼈아프다. 동남권 관문공항, 메가시티 등 사업이 있는데 각 지자체장이 수사·재판으로 이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1년 전 치러질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부담이 크다.

오 전 시장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보궐선거 후보군을 거론하는 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단계에서 선거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후보 추천과 관련한 당헌·당규 해석의 여지도 남아 있다. 당헌·당규는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할 때는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진사퇴였기 때문에 직위 상실로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재호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를 안 내는 게 맞다면 후보를 안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는 8월에 선출될 당대표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당헌·당규를 지적하며 민주당이 내년 4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현행범인 오 전 시장을 처벌해야 한다”며 “가히 더듬어민주당, 더불어미투당”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열리는 재보선에선 공천을 금지한다’고 못 박혀 있는데, 뻔뻔스러움이 극에 달한 민주당은 빠져나갈 궁리부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에서는 국정조사까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 권력층이 이 사건 은폐에 관여했거나 묵인했는지, 아니면 오 전 시장 본인 스스로 한 것인지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순순히 국정조사에 협력하지 않으면 21대 국회 개원이 큰 암초에 부딪히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박재현 이상헌 김이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