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원산→함남 이동”… 곧 최신무기 발사 참관 관측도

입력 2020-04-27 04:01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위성사진. 지난 15일 강원도 원산 지역을 촬영한 사진(아래)에서는 기차역에 보이지 않던 열차가 21일과 23일 사진에선 포착됐다(위 사진 점선 안). 38노스는 이 열차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로 추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 참석 이후 보름째 잠행을 이어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강원도 원산에서 함경남도로 이동했으며, 군부대 시찰을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열흘 가까이 원산에 머물다 최근 함경남도로 옮겼으며, 조만간 이 일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최신 무기 시험발사 참관으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26일 “김 위원장이 지난 22일을 전후해 측근들과 함께 강원도에서 함경남도로 넘어간 것으로 안다”며 “김 위원장이 이 지역 군수공장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직전 평양에서 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원산에서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 시찰 등 일정을 마친 뒤 함경남도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함경남도에서 SLBM 및 신형 잠수함 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군부대를 시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함경남도는 해군 조선소와 군수공장, 군부대가 많이 포진한 지역이다. 신포조선소에서 SLBM 탑재가 가능한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7월 김 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측은 당시 조선소 위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신포조선소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많다.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선덕 일대를 방문해 곧 이뤄질 신형 미사일 또는 방사포 시험발사를 참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선덕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초대형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 등의 시험발사가 이뤄진 곳이다.

김 위원장은 원산에서 함경남도로 이동할 때는 전용차인 벤츠 S600 풀만가드를 탔을 가능성이 있다. 대북 소식통은 “원산에서 다른 곳으로 갈 때 차량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김 위원장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면 특별열차에 싣고 온 벤츠로 이동하거나 헬기도 동시에 띄웠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원산에 정차돼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토대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지난 21일 이후 원산 기차역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열차는 약 250m 길이로 기차역 지붕에 일부가 가려진 채 정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열차는 지난 15일자 위성사진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21일과 23일 사진에서는 모두 관측됐다. 열차는 23일 출발을 위해 위치를 조정한 것으로 보이나 출발 시점과 관련해서는 어떤 시사점도 없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김 위원장 위중설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시 건설 사업에 참여한 당 간부와 근로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아 위중하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셈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부터 원산에 머물고 있다. 살아 있고 잘있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금까지 의심스러운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지방에서 정상적으로 집무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 국방부 한 고위 관리도 뉴스위크에 “우리는 북한 지도부 상황이나 김 위원장의 건강에 관해 결론적인 평가를 내릴 만한 어떠한 추가 정보도 얻지 못했다. 그러한 조짐을 보지도 못했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 신변을 둘러싼 여러 주장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공산당이 지난 23일 베이징시 인민해방군총의원(301병원) 의료 전문가 약 50명을 북한에 파견했다고 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북·중 외교를 담당해온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의료 인력을 이끌고 방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문은 파견 인력 규모가 상당히 많은 탓에 최근 건강이상설이 나온 김 위원장과의 관련성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응 지원 차원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